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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

by 다큐와 삶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총기 사용이 제한된 나라이다. 그래서 치안이 안전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는 이 상황을 반전시켜 생기는 갈등을 보여준다.


주인공 이도는 경력이 화려하지만, 지금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로 나온다.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그는 약자에게는 약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강자 같은 깡패에게는 무섭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그가 사는 세상에서 갑자기 총이 필요한 사람들, 각자의 갈등이 있는 사람들에게 총기가 택배로 배달된다. 그들은 이 총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가 어떤 이는 사용하고, 어떤 이는 마음을 접는다.


누구든지 마음속의 트리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당길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드라마 ‘트리거’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 트리거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문백이라는 사람은 혼란한 지옥도를 보여주고자 사람들에게 총을 보낸다. 암 말기라는 그는 더 이상의 치료 없이 펜타닐 같은 마약성 진통제로 버티면서 자신이 궁금한 답을 얻고자 계속해서 총을 유포한다.


드라마에서 총기 허가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리는 곳을 보면서 생각했다. 현실 사회에서도 최근에 탄핵 반대와 찬성 집회가 있었다. 사람들은 혼란한 상황을 어떻게 짚어나갈까. 문백은 최대한의 혼란을 위해 찬반 집회에서 총을 나눠주기에 이른다. 이도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이 여태껏 겪었던 혼란함 그 이상을 겪지만, 그는 인간으로서 아이를 구하는 데 자신의 목숨을 건다. 결국 문백은 병원으로 이송되고, 이도는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경찰관으로서, 그리고 한 시민으로서 아이를 지켜주려는 사람이 된다.


이도와 문백. 이 상반된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도 역시 어린 시절 부모와 동생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총을 잡고 범인을 죽이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좋은 경찰을 만나 총을 쏘지 않고 경찰이 된다. 문백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장기 밀매를 당하면서 살다가 미국에서 적응한다. 그 둘의 성장 과정이 트리거를 당기고, 당기지 않고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성장 과정이 좋지 않았다 하여 나쁜 사람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이 드라마에서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가진 사람이 결국 트리거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아직도 지킬 것이 있는 사람, 내가 피해자여도 더 나쁜 피해자를 만들지 않으려는 사람. 총을 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고, 그것이 항상 옳지는 않았다.


아직 총기 사용이 불법인 우리나라에서 있을법한 일을 상상에 맡겨본 ‘트리거’는 우리가 아직 겪어보지 않은, 아니 생각해 볼만한 일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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