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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 “ 김지은입니다. ”

by 다큐와 삶

[리뷰] 책 “ 김지은입니다. ”



우리나라의 여성들에게는 한 번쯤 내 친구였을 흔한 이름이 있습니다. 지은이라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다는 이유로 2차 가해에 시달리는 한 사람의 김지은이 있습니다. 수많은 지은이들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이것이 한 사람의 김지은만의 일일까?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에 내가 김지은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p.202



“김지은입니다.”라는 책은 오래전에 사두었다. 아마도 책이 나왔을 그 시점에 사놓은 것 같은데 이제야 다 읽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책이 사람의 인생과도 같아서 사람과 대면하는 느낌. 이 책이 딱 그랬다. 김지은 씨의 삶을 아주 잠깐 만나보는 느낌이 들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투 운동이 불었던 시점, 김지은 씨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권력의 정점으로 향하던 이는 결국 구속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결과가 나왔다고 하여, 과정이 순탄치도 않았고 짧지도 않았다.


피해자를 향한 끝없는 2차 가해와 피해자의 일상생활 파괴는 언뜻 들었을 때, 이해가 잘 가지 않고 체감도 잘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보인 피해자의 삶은 그 자체로 생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으로 인한 자해를 하고,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삶. 대한민국에서 장녀의 삶을 살았던 피해자 김지은은 노동자의 김지은으로 살고 싶어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의 삶을 그저 응원하고 싶다.


그녀의 삶을 응원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대”. 피해자를 위해 주저 없이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활동가 사람들, 같은 피해자들, 그 밖의 그녀를 돕던 모든 이들은 ‘연대’의 마음으로 같이 있어 주었다. 생생하게 판결문뿐만이 아니라 판사에게 같은 피해를 입지 않아도 그녀를 옹호하는 글을 보낸 이들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삶은 녹록지 않다.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하는 수행비서의 일을, 책을 통해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위계, 위력 등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나는 그런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참고 또 참았는가. 그리고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마음을 할애하고 지지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했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책이 나온 지 꽤 되어 김지은 씨의 삶이 얼마나 편안하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일상생활의 기쁨을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글의 맨 앞에 쓴 것처럼 세상의 김지은들은 얼마나 미투 이후에 달라졌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들은 연대의 힘으로 서로의 상처와 피해를 보듬어주고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생각이다. 주저할 수 있지만 마음의 연대라도 하는 삶, 그것이 이 책이 나온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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