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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휠체어를 미는 남자

by 다큐와 삶

[에세이] 휠체어를 미는 남자


동네에서 휠체어를 탄 어머니를 모시는 아저씨를 본 적이 있다. 가끔 보는데, 그 아저씨는 정신 장애가 있으신 분 같다. 더 나은 표현을 찾기가 힘들다. 노상 방뇨를 하고, 나무 정자에 드러누워 낮잠을 한참 자거나,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는 정자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무언가를 중얼거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그분을 동네에서 본 지 오래되었다.


그분의 어머니도 연세가 꽤 되신 것 같은데 가끔 본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든다. ‘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는 책에서 작가가 말한 ‘ 나도 부모를 부양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생각났다.


나는 늙은 부모를 부양할 수 있을까?
부모가 평생 자식을 책임져야 한다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
p.130 – p.131



나는 공식적으로 취업 준비생과도 같다. 취업 공고를 보고, 메일로 이력서를 보내거나 공고 지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 자신을 부양하지 못하고 있다. 집안의 지원으로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부모님에게 죄송하다.


병원에 입원했던 이력과 지금도 약을 먹는다는 것. 휠체어를 미는 아저씨와 증상과 병이 다르지만, 어찌 보면 나 역시 내 앞가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 사람이 필요할 때만 나서는 사람이지 않을까? 이름 모를 동질감에 기분이 불쾌하지도, 기쁘지도 않은 어중간한 회색지대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정신과에 다니면서 병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인 낙인이 존재한다. 나는 어쩌면 부모님의 우산을 쓰고 다니면서, 그 낙인을 애써 가리고 다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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