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영화 ‘ 전, 란 ’
전, 쟁, 반, 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종려와 천영. 그들은 계급은 다르지만, 친구처럼 자랐고 서로를 신뢰했다. 그런 천영은 도망을 여러 번 가서 추노에게 잡혀 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종려는 그를 이해하고 되도록 그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는다.
임진왜란이 시대 배경인 영화에서 조정과 왕실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왜구들이 침략 온 때에 선조는 궁을 버리고 도망간다. 그에 화가 난 백성들은 궁을 불태우고, 노비 문서를 불태우면서 자신의 계급에 반항한다.
이종려의 집에서 노비들의 반항으로 일가족이 모두 불타 죽고, 종려의 부인과 아들을 구하려던 천영은 자신을 믿지 못하는 그들이 불에 타 죽는 것을 보고 씁쓸해한다.
그러나 그는 의병이 되어 왜구들에게 맞서고, 종려는 선조를 보필하는 무관으로 자기 일을 행한다.
영화에서 임진왜란의 기간 동안, 일반 백성들의 삶이 얼마나 궁핍해지고 살기 힘들어지는지 볼 수 있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대가 힘든 시기에 가장 힘든 사람들은 일반 백성이나 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왜구에게 대항하는 의병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그들이 자신의 공을 인정받아 천민에서 벗어나려 했음에도 조정 신하들과 선조의 판단에 따라 그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보고 나 역시 분노하였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행한 일에 아무런 득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종려와 천영은 서로의 오해가 풀어지고 아직도 서로가 친구인 것을 확인하지만 결국 종려는 죽는다. 그 후, 천영은 한양으로 돌아와서 백성의 삶을 사는데, 그것이 인상 깊었다. 예전 중고등학교 시절 배운 ‘풀이 눕는다.’라는 시구가 생각났다. 바람이 불면 풀이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는 풀. 그렇게 백성의 삶은 척박하지만 그만큼 세상에 대항하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고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다가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