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지구를 지켜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스틸컷을 보다가 어떤 사람이 쓴 문구가 보였다. 시대를 앞서간 감독의 작품이라고. 언뜻 스릴러의 장르로 느껴지는데 동시에 이것은 SF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장준환 감독이 만든 영화인데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어 ‘부고니아’라는 영화로 개봉하였다. 그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영화가 가진 재기 발랄하고 마지막 충격적인 결말을 사람들에게 보여줄지는 모르겠다.
주인공 병식은 산속에서 생활한다. 그리고 같이 생활하는 순이가 있다. 병식은 어렵게 순이에게 털어놓는다. 지구를 위협할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말이다. 여기서부터 관객은 병식이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안드로메다, 외계인?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관객의 생각을 뒤엎는 것들이 튀어나온다.
병구는 외계인으로 의심되는 강만식 사장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를 고문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개기월식 전에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제대로 되는 일은 없다. 우당탕 소동들이 벌어지는데, 그런데도 병구는 포기하지 않는다.
병구는 외계인에게서 지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된다.
여러 고문과 소동 끝에 결국 외계인은 자신의 정체를 말한다. 그는 지구에 사는 인류에 대해 신랄한 비평을 한다. 어느 종족도 이처럼 서로를 죽이고 죽는 생명체는 없다고 말한다. 영화는 외계인의 말을 빌려 인류에게 비평하는 걸까? 단지 병구에게 잠깐이라도 벗어날 궁리를 하기 위해 사탕발림 같은 말 대신, 너희들은 지구에 살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병구는 여러 인생의 굴곡을 가졌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괴롭히거나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납치, 고문해 죽인 것이다. 그들이 외계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진짜 사람이라면 이렇게 할 수 없다는 피해자의 힘듦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외계인은 존재했다고 본다. 병구의 삶이 외계인이 하는 실험의 연속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병구의 말처럼 지구는 누가 지키냐는 말을 듣는데, 조금은 가슴이 아팠다. 외계인도 존재하고, 강만식 사장이 외계인인 것도 맞고, 어머니가 실험의 희생양이었던 것도 맞았다. 더군다나 개기월식 이후 지구에 큰일이 생기는 것 역시도 맞았다. 그러나 그는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결국 지구는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에 의해 공중 분해되어 버린다. 이 디스토피아적인 결말을 보는데, 영화의 결말이 끝까지 가는 느낌이 들어서 통쾌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병구의 삶이 나중에 엔딩 크레딧에서 나오면서 가슴이 조금은 아팠다. 지구에 사는 사람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람을 괴롭히고 상처를 주는지 생각해 보면, 병구의 삶이 이해되기도 한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라는 노래가 가끔 영화에 흘러나오는데, 감독은 무엇을 말해주려 했을까? 아마도 어딘가에 지구를 지키지 않아도, 폭력과 괴롭힘이 없는 곳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