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 ' 신이 떠나도 '

by 다큐와 삶

[리뷰] 책 ‘신이 떠나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신이 떠나도. 무당과 무속을 떼어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제목만으로도 책에 조금은 끌렸다. 게다가 신이 떠난 무당의 이야기라니.


책 속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각자의 인생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 무연맨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속도감 있게, 때로는 웃을 수밖에 없는, 또는 눈물이 조금 비치는 이야기를 써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언뜻 책을 읽었을 때, 일본의 작가 ‘이사카 코타로’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마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맞물려서 진행되고, 모두가 어느 정도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현재림이라는 무당은 여의도에서 유명한 무당이었다. 이었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녀의 신이 갑자기, 그것도 굿판을 벌이다가 떠났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그녀는 자신의 그때를 곱씹으면서 문제를 찾아내고, 무연맨션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우리나라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통하는 곳이다. 무연맨션의 거주자들과 이것저것 우연 아닌 우연으로 엮인 현재림은 자기 신이 다시 와주기를 바라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자신의 신은 떠났지만, 그동안의 내공과 입소문, 자신이 알던 내밀한 사정을 이용한다.


그러던 중, 무연맨션의 실소유주이자 무연 부동산의 박길순 할아버지의 손녀 아론이 사라지면서 책은 긴장이 고조된다.


그러나 무연맨션의 사람들과 현재림, 현미래(현재림의 딸), 여은(현미래의 친구)의 도움으로 아론을 찾게 된다. 그리고 현재림은 신이 떠났어도, 그 무언가를 인정하기로 한다.



p.292

사람이 구했다. 무연맨션에 살고 있는 모두와, 크고 작은 불운을 감수하고 운을 나눠준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구했다. 이 답을 힌트로 삼아, 진짜 마지막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다짐이 제 마음의 소리인지, 현재림 인생에서 떼어지지 않는 존재의 목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건 알았다. 지금까지는 여러 번 틀렸지만, 그래서 마지막 문제는 틀리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것. 인정했으니까. 인간이 인간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건, 잠시일 수가 없었다.



책은 속도감 있게 읽히기도 하고, 서늘하게 주변 상황을 이야기하는 블랙코미디도 있는 편이다. 무당이 신의 힘으로 세상을 헤쳐 나간다는 것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신이 떠났어도, 인간의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번 책으로 윤이나 작가를 처음 알았는데, 이전에 써놓은 것도, 앞으로 쓸 책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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