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리뷰]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우리는 무엇을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작품은 미드소마 외에 본 적이 없었다. 미드소마 역시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어서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 작품은 그 충격과는 조금 결이 다른데, 아마도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면들이 진짜인가, 아니면 보의 망상인가 라는 점에서부터 시작했다.
주인공 보는 빈민가의 한 건물에서 살고 있다. 밖에는 24시간 춤을 추거나 떠드는 사람들, 약에 취한 사람들, 죽은 채로 길거리에 방치된 사람들이 있다. 그 신경쇠약이 걸릴 듯한 곳에서 보는 과대망상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정신과 의사와 면담을 하지만 딱히 그를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가 어머니에게 가야 하는 날, 집 열쇠와 짐 가방을 집 앞에서 잃어버리고 어머니에게 가지 못한다.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그는 제대로 된 의견 나눔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열쇠 없이 가게에 가다가 공동 현관문이 잠겨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겨우 동네 사람들이 휩쓸고 간 자신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도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어머니와 다시 통화를 하다가 어머니가 샹들리에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장례식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쩐지 느리게 준비하다가 사고로 차에 치인다.
그는 이상한 가족에게 치료와 보살핌을 받는다. 자신을 차로 치어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는 가족들은 아들을 잃은 상실감이 보이는 와중에, 보에게 인정을 베풀지만 어딘가 모르게 기괴하다. 보는 계속해서 어머니의 장례식에 가려고 하지만 가족들의 허락이 없어 떠나지 못하다가 일련의 사건으로 집에서 탈출해 숲을 향해 달려 나간다.
그곳에서 새로운 야외 연극 모임을 만나게 되는데,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빠져들어 연극을 보던 보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그가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연극 연출이 인상 깊었는데, 애니메이션과 연극 배경의 모습이 겹쳐 보여 아기자기한 것을 보여주지만, 이 부분은 보의 망상처럼 보인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괴한(자신을 구해서 보살핌을 해줬던 집의 사람 중 한 명) 이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자, 보 역시 도망친다. 결국 차 한 대를 얻어 타고 어머니의 집에 도착한다.
도착한 어머니의 집에서 장례식은 이미 끝났다. 보는 망연자실하게 집에서 관을 멀리서나마 들여다보는데 이것 역시 기괴하다. 그리고 어렸을 때 유람선에서 만났던 여자와 재회 후 관계를 맺게 되는데, 관계 도중 죽은 것을 보고 보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상황에서 어머니는 죽지 않았고, 보의 눈앞에 나타난다.
보와 어머니 모나와의 관계는 설명하기 어렵고 일반적이지도 않다. 보는 평생 어머니와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은데, 어머니의 양육 방식 자체가 보에게 압박감을 주는 여자이기도 하다.
보는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어머니의 목을 조른다. 그리고 어머니는 죽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부분에 어머니는 살아있었고 보의 행동에 대해 심판을 하는 심판장에서 보를 내려다본다. 보는 자신을 변호해 줄 사람마저 죽자, 소스라치게 놀라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기괴한 부분은 언뜻 보면 트루먼 쇼를 연상시키는데, 그것과는 결이 아주 다르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주변의 인물들이 그를 감시하듯 있었던 것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난해해져서 망상인지 실제인지 어느 부분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가 나중에야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그리고 긴 러닝 타임을 견디는 게 조금은 힘들었다. 아마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 같다. 그나마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집중되어서 보기 시작하게 된다.
영화 속 보는 내내 불편한 삶을 살아왔던 게 몸으로, 표정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때문이라 생각되는데, 그것만 보기에는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 감독이 작정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놓은 느낌이 난다.
아마 작가가 가진 가족이라는 단위의 느낌이 남들과 다르게 느껴지고, 유전이라는 영화 역시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피가 낭자하거나 불편한 감이 느껴질 테지만, 그가 가진 가족에 대한 의문이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