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든 날이 낭만적이기를
햇살이 좋은 봄 한가운데 어느 날,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기로 했다. 자전거 대여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따릉이 앱에서 이용권을 구매한 후 자전거 안장 뒤편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잠시 후 ‘띠릭’ 소리와 함께 자전거 잠금장치가 해제된다.
오랜만에 잡아본 자전거가 생각보다 무거워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양팔에 잔뜩 힘을 주어 잡았다. 자전거의 높이도 내게는 제법 높았는데, 안장을 최대로 낮추어도 발끝이 겨우 땅에 닿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양이 좀 빠지면 어떠하리오. 중요한 건 자전거를 타고 이 봄날을 즐길 채비를 마쳤다는 것. 오랜만에 타보는 터라 긴장한 탓에 심장이 잘게 두근대다 못해 가슴이 빵빵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하나, 둘, 셋! 속으로 숫자를 세고 힘껏 페달을 굴렸다. 좌우로 갸웃대던 두 바퀴는 이내 날을 곧추세웠다. ‘아, 이거 너무 신나잖아.’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비는 장면은 예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종의 클리셰다. 실은 그래서 한번쯤 따라해 보고 싶기도 하다. ‘시간 있을 때’, ‘다음 기회에’라고 넘겼던 것을 실제 타보는 기분은 직접 해봐야 안다. 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그 장면에 일순 동화되는 경험을. 바람 속을 달리며 정수리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을. 완주하고 맛보는 안도와 나른함을. 그리고 뭉근히 달아오르는 만족감을. ‘살아 있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따릉이 운영을 시작해 누적 이용량이 1억 2만 건을 넘어섰다고 한다(2022년 4월 25일 기준). 2015년 12월부터 2022년 4월 25일까지 6년 5개월간, 연평균 1,500만 건 이상 대여한 셈. 코로나19 이후 이용자가 늘어났는데, 2020년도에는 전년 대비 24%, 2021년도에는 전년 대비 35% 이용량이 상승했다. 회원 수도 지속 증가하여 350만 명의 서울시민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따릉이 1일권을 사서 타본 후 운동 삼아 연간으로 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날 그만 나무에 부딪쳐 넘어졌다. 속도를 내지 않아 천천히 들이받고 바닥에 쓰러졌다. 모든 게 슬로모션처럼 장면 장면이 눈앞을 지나갔다. 다음날 병원에 가서 넘어진 쪽의 다리를 검사했는데, 다행히 무릎 찰과상 외에는 다친 곳이 없었다.
무릎이 까져 피가 나고 검붉게 피멍이 든 경험도 오랜만이다. 되뇌다 보니 넘어져서 꽤 아팠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도 떠올랐다. 무릎에는 그때 생긴 흉터가 희끄무레하게 남아 있다. ‘상처 나면 이런 느낌이었지.’ 언제부턴가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질 일이 별로 없다. 뛰지 않아서일까. 부주의함이 줄어서일까. 욱신거리고 진물이 나는 상처에 새 밴드를 붙이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그 와중에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좀 멋지다고 생각하는 내 모습에 그만.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 드라마 '도깨비'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