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글렀어

일찌감치 놓은 그럴싸한 이유

by DOCU

이상하다. 지난밤 삼겹살을 구울 때도 현관문을 꼭 닫아두었는데 대체 어디로 들어온 것일까? 우리집은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현관 입출입은 민첩하게, 창문은 최소로 열어 사용한다. 가끔은 어둑한 집에 들어서서 불을 켜고 가장 먼저 천장과 벽을 살피기도 한다. 이렇게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하건만 아침에 또 한 방 물렸다. 으으 모기다.






presley-roozenburg-gklfv5avr4c-unsplash.jpg ⓒunsplash.com



어렸을 때부터 모기에 잘 물리다 보니 친구들은 나를 ‘모기밥’이라 했다. 여러 명이 같이 있어도 희한하게 나를 찾아 무는 것만 같았다. 모기에 잘 물리는 피가 있다, 피가 달아서 그렇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모기가 미인을 좋아한다더라는 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모기는 시력이 좋지 않다고 한다.



모기는 사람이 호흡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피부 온도, 땀 냄새로 대상을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기를 유인하는 색은 빨간색이며, 가장 관심을 덜 받는 색은 녹색이라고 한다. 사람의 피부에서도 주황색~빨간색의 장파장 신호가 나오는데 모기가 맨살을 찾아 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또한 술을 마시면 모기에 더 잘 물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술을 마시면 피부 온도가 올라가고 땀 배출량이 증가하는데, 젖산과 함께 요산과 암모니아 등이 함께 배출되어 후각이 발달한 모기가 이를 감지해 다가온다는 것이다. 모기는 신진대사가 활발한 어린아이, 혈중 지방농도가 높은 사람을 좋아하며, 그 밖에 발 냄새, 향수 냄새도 좋아한다고 한다.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들은 이를 참고해 두면 좋겠다.



나는 모기에 잘 물리기도 하지만, 물린 곳을 긁지 않아도 금세 부어오른다. 동그랗게 점점 커지는 것이 마치 버튼 같기도 한데 그것을 꾹 눌러보면 열감과 함께 땡땡함이 느껴진다. 모기에 물리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기 알레르기(스키터증후군)가 있는데 다행히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스키터증후군은 심한 가려움과 함께 물린 자리가 부종처럼 붓고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이 상태가 하루이틀에 가라앉지 않고 지속되는 시간이 길다.)

모기에 물리면 또 얼마나 가려운가. 물린 곳을 톡톡 쳐보기도 하고 손톱으로 열십(十)자를 눌러보기도 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 가려움을 참을수록 긁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참다가 참다가 소름이 돋은 적도 있다.



나는 웬만하면 모기에 물린 곳을 긁지 않는다. 이유는 중학교 1학년 때 모기에 물려 잊지 못할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종아리의 가장 통통한 부분을 모기에 물렸는데 그날은 참지 못하고 손을 댔다. 가려운 곳을 긁을 때의 쾌감을 떠올려 보시라. 얼마나 시원하고 짜릿한가. 덕분에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손독이 올랐는지 종아리가 벌겋게 부어오르고 급기야 오금 위 허벅지까지 부기가 올라 무릎을 펼 수도 굽힐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모기에 물린 곳은 더이상 가렵지가 않고 열이 나고 욱신욱신 아팠다. 염증이 생긴 것이다. 이전에는 슥슥 긁고도 잘 가라앉았는데 그날은 그렇지가 않았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아침에 상황을 지켜본 엄마는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돼?”

“어떻게 되긴 곪았으니 칼로 째든 어찌 하든 의사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뭐? 칼로 째??”

잔뜩 겁을 먹고 있는데, 며칠 와 계신 할머니가 엄마에게 “에미야 밀가루 하고 조선간장 좀 가져와라.” 하셨다. 요즘 친구들은 이게 뭔 소리인가 할 것이다. 나 역시도 ‘상처에 된장을 발랐다’는 류의 이야기는 사극이나 옛날이야기에나 나오는 줄로만 알았다. 그걸 직접 듣게 될 줄이야.

“할머니 그걸 바르면 정말 나아요??”

할머니는 밀가루에 조선간장을 섞어 반죽을 만드셨다. 그리고 동글납작하게 빚은 반죽을 열이 나는 환부에 붙이고 무언가로 칭칭 감으셨다. 그때 나는 병원에 가는 것보다 이렇게 해서라도 염증이 낫기를 아주 간절히 바랐다.



덕분에 염증은 빨리 진행되었다. 더이상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는 것도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다. 극도의 긴장과 공포 그리고 깜깜한 절망과 체념의 상태로 진찰대에 올랐다.

그해 여름이 다 가는 동안 나의 왼발은 흘러내린 진물로 인해 디딜 때마다 찝찝하고 추저분했다. 깊은 환부는 살이 차오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험자들은 알겠지만 고름을 짜고 나면 분화구처럼 살갗에 구멍이 패인다. 이후 지름 1.5㎝ 정도의 흉터가 남았다.

그 시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미스코리아 되기는 그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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