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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벌레 Jul 17. 2022

1. 글쓰기

번역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글쓰기는 나의 걱정거리였다. 번역과 글쓰기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았다. 나는 뭐든지 해보기 전에 '하는 방법' 먼저 익혀야 하는 성격이라 온라인 글쓰기 강의를 듣고 책도 찾아 읽었다. 글쓰기 요령을 받아 적고 내 글을 몇 개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강의를 다 듣고 혼자서도 계속 글을 쓰려고 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났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글쓰 는 일이 즐겁지 않다. 글을 쓰면 내 감정과 생각을 직면해야 한다. 그게 거북했다. 게다가 글을 쓰려고 책상에만 앉으면 집중력이 뚝 떨어진다. 다리를 떨고 자세도 엉망이 된다. 머리도 좀 아픈 것 같다. 이렇다 보니 글쓰기가 즐거울 리 없었고, 늘 미루고 미루다 결국 아예 손을 놓았다.


나는 글쓰기가 체질에 안 맞나 보다. 그냥 포기하자. 그렇게 생각한 적도 많다. 하지만 번역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글쓰기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매일같이 들었다. 번역가는 글쓰기에 익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너무 많았다. 내가 정말로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 뮤지컬 배우가 체력을 쌓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나도 번역을 하려면 비록 싫더라도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게다가 내 머릿속에는 정체불명의 잡동사니가 너무 많다. 글을 쓰면 나는 싫든 좋든 그 잡동사니를 마주해야 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 그건 괴로운 일이지만 동시에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명쾌해지고 가벼워진다. 그럼 내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게다가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한다. 멋진 문장을 읽으면 행복하고 그 글을 쓴 작가가 부럽다. 나도 그런 문장을 만들고 싶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앞으로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올리자고 결심했다. 엉터리라도 좋고 오글거려도 괜찮으니 하루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나만 쓰자고. 번역가가 되고 싶어서, 마음이 명쾌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글을 쓰려고 한다. 이왕이면 다리도 떨지 말고, 허리도 똑바로 펴고 쓰는 게 또 하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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