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영어 공부

by 도담도담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럴 수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영어 공부라니!

어제 30분 해놓고서 시작했다고 '선언'하려니 양심이 좀 찔리지만 시작한 건 사실이니까 당당하게 말하겠다. 나, 영어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고백하자면(?) 대학에서 복수전공이 영어영문이었다. 전공보다 점수도 더 좋았다. 그런데 또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 “I can't speak english.”이니 뭐, 게임 끝이다. 외국인이 말을 걸면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듣겠는데 대답을 해주진 못한다. 지난 콘서트 때, 외국인 무리가 올림픽공원에 어떻게 가냐고 물어서 손짓 발짓 대답해주었으나 말이 통하지 않았고, 결국 자기들끼리 알아서 어디론가 가버린 적도 있다. 음, 잘 찾아갔을까. 그런데 그들과 만난 곳이 올림픽공원역이었다. 그들은 과연 어디에 가고 싶었던 것일까.


영어 쪽 머리는 대학교 시험 때 다 썼는지, 이후로 수없이 영어 공부를 해보려고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불타오르는 덕심을 충족하려고 일어 공부를 한 것처럼 뭔가에 푹 빠졌으면 또 달랐을 텐데 이쪽 나라의 콘텐츠는 나를 만족시키는 것이 없었다. 아, 하나 있긴 했다. <반지의 제왕>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당시 내 수준으로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미국에 사시던 이모가 원서를 사다 주셨는데 까만색은 영어요, 회색은 페이지로세. 좀 쉬운 것으로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했으면 한 2년쯤 지나 읽었을지도 모르는데 처음부터 에베레스트산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가 1m도 못 올라가고 깔짝대다가 낙상. 우엥. 게꾸닥. 결국 영어는 내 언어가 아니라는 벽돌담을 하나 더 쌓는 경험으로 끝났다.


그랬으면서 지금 왜 영어를 하느냐.

드디어 영어를 쓰는 쪽에서 덕질할 대상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짝짝! 박수!

일어에 눈이 돌아갔을 때도 우리나라에서 번역을 구할 수 없는 것을 즐기려는 욕망이었다. 그리고 이게 효과가 꽤 좋았다. 역시 언어는 덕심에서 시작해야 불타오르나 보다. 최소한 나는 말이다. 지금 이 마음이 언제까지 가느냐가 문제이긴 한데 영어로 연설할 정도의 실력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막 없이 덕질 대상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SNS에 쓰는 글을 읽는 정도면 만족하니까 편한 마음으로 공부해보련다. 하루 30분씩이라도 1년쯤 하면 누적 시간이 꽤 될 테니 뭐라도 되지 않을까?


몇 년만 일찍 해당 캐릭터를, 그리고 그 배우를 좋아할 것을 그랬다. 이제 이 캐릭터는 없거든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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