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밤손님, 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범죄의 냄새가 풀풀. 야구방망이를 휘둘러야 할 것 같으니까 다시.
사랑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 부산하게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팔랑팔랑 꽃가루 뿌리고 미련 없이 날아가주면 뜻밖의 자극을 그저 즐기기만 하면 그만인데, 진득하게 들러붙어서 오랫동안 부산하게 하니까 질척질척 진흙탕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진흙탕이다. 현실에서 지지고 볶는 대상이 아니라 네모난 스크린 너머에서 보는 대상이라면 특히. 내 시간과 내 기력과 내 눈 건강을 빼앗기기는 해도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으니까 재미있는 부분만 쏙쏙 빼서 즐기면 된다. 이른바 '병크'가 터지면 특히 여성 혐오나 인종차별 쪽으로 터지면 잠깐이라도 좋아했던 감정을 뿌리 뽑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지지만, 그건 그 인간이 쓰레기인 거지 그 인간이 내보인 면을 좋아한 내 잘못은 아니니까.
뭔가 거창하게 글을 쓰고 있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요즘 외국 배우에게 새롭게 빠졌다는 소리다. 출연한 영화를 생각보다 많이 봤는데 그다지 관심 없었던 배우에게. 그것도 퉁퉁하고 털도 부숭부숭하고 찍는 영화도 누아르니 밀리터리니 죄다 마초 같은 느낌이어서 내가 죽었다 깨도 좋아할 리가 없는 배우에게.
며칠 동안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몰아서 보고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검색했더니 약간 정신이 몽롱하다. 다작하는 배우도 아니고 끌리는 작품이 워낙 없어서 볼 만한 게 많지 않으니 다행이지 뭐야. 1년에 몇 편씩 꼬박꼬박 찍는 배우였으면 내 인생 어떻게 흘러갔을까.
일단 좋아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최소 10년 이상 덕질을 하는 성격이라 덕질 망태기에 새로운 사람을 넣을 땐 신중해진다. 정말 갑자기 뒤통수를 퍽 후려치고 들어오면 몰라도 몇 달쯤 간을 보면서 내 정체성에 이 사람을 추가할지 말지 고민한다. 지금 이 배우도 고민하면서 지켜보는 중인데,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멈춰버린 상황이라 개봉 앞뒀던 영화가 기약 없이 미뤄졌다. 고민하다가 그냥 자연 소멸할 것 같기도? 다음 달에 이 배우의 영화 하나가 재개봉하니까 우선 봐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아아, 내 취향에 맞는 것이라곤 175cm 정도의 아담한 키뿐인데 왜 갑자기 흥미가 생겼을꼬. 역시 사랑은 갑자기 찾아온다.
폭풍 같은 마감을 어떻게든 넘기고, 찰나의 덕질을 즐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