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을 위한 외출(혹은 덕질 친구 만나는 외출) 이외에는 동네 마트와 우체국까지가 평상시 외출의 한계선인 나.
30분 거리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필요하면 자연히 인터넷 쇼핑을 이용한다.
인터넷 쇼핑으로 제일 자주 사는 것이라면 역시 책이다.
동네에 교보나 영풍처럼 신간부터 구간까지 가득 쟁여놓은 대형 서점이 없어서 인터넷서점을 애용한다.
실제로 가서 보는 게 제일 좋지만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걸어야 하는데 한 짐 들고 다니는 것도 꺼려진다.
두 번째로 자주 사는 것은 먹을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에서 먹거리를 사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는데, 친구에게 생연어 선물을 받고 곧바로 태세 전환.
저렴하고 맛있고 집에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을 수 있어! 대박!
출판사나 번역가 선생님에게 선물 보낼 때도 해당 주소를 입력하면 알아서 포장해서 보내주니 이 얼마나 편한가.
밀가루, 계란, 글루텐이 안 들어간 빵이 먹고 싶어서 검색했더니 (비싸서 문제지) 여기저기 판매처가 쏟아질 때 느낀 감동이란.
그렇게 나는 먹거리 쇼핑에 푹 빠졌다.
옷이나 잡화도 가끔 사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고 열 번 사면 아홉 번은 실망하니까 요즘은 시들하다.
오로지 책과 먹을 것에만 열정을 쏟는다. 그런데 매번 의문인 점이 있다.
갑자기 필요해서 주문했는데 금요일이야, 그러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웃으며 넘어갈 텐데, 나는 월요일부터 살지 말지 고민하다가 금요일에 주문한다. 그것도 업체의 발송 시각을 넘기고서.
평일이나 주말이나 삶에 별 차이 없는 프리랜서여서 요일 개념이 없기 때문에? 요즘은 주말마다 조카가 오고 자주 대화하는 분이 주말에 쉬어서 반강제로 요일 개념이 생겼으니까 이런 변명도 안 먹힌다.
월요일에 별문제 없이 발송되면 내 손에 들어오는 날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이다.
금요일에 주문해놓고 주말 내내 게다가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린다. 한두 번도 아니고 지난 몇 년간 매번이고 오늘도 그랬다!
그렇다.
오늘 발송하면 내일, 늦어도 모레 도착이 쥐도 새도 모르게 정착되어 버린 택배의 왕국에서 사니까 목요일 오전에라도 주문했으면 주말이 얼마나 행복할까.
사실 빠른 배송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다. 총알 배송과 일반 배송의 선택지가 있으면 일반 배송을 고른다. 내가 일반 배송을 고른다고 해당 업체의 발송 담당자나 택배기사의 노동 부담이 줄어들진 않겠지만 괜히 일반 배송이 양심적인 기분이랄까.
금요일에 택배시켜서 절규한다고 쭉 써놓고 집착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사실 요즘은 일반 배송으로 시켜도 이틀이면 도착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런 인프라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따름인데...
다음 주 시작부터 '택배 언제 와...언제 발송해...' 하고 전쟁 같은 불안과 초조를 느낄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한편으로 기대되는데, 나는 괴로움에 쾌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