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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Jul 26. 2020

2020.07.26 도수치료 여전히 달린다




6월부터 받기 시작한 도수치료. 

다음 주 화요일에 가면 두 달을 채운다. 2주에 한 번씩 가니까 두 달 다녀도 겨우 여섯 번이다.



물리치료 선생님과 처음 만나 상담할 때, 몇 년 전에 같은 병원에서 찍었던 엑스레이를 봤다.

그때 

"도담도담 님은 코브라목이에요. 코브라목은 거북목이나 일자목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라는 말을 들었다. 



내 목은 거북목이나 일자목과는 다르긴 했다. 

쭉 앞으로 내민 목도 꼿꼿하게 지조를 지키는 목도 아닌, 앞으로 쭉 내밀었다가 중간에 단층처럼 꺾이며 다시 뒤로 휘어진 형태다. 

처음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도 코브라목이라는 말을 듣고 주사 치료를 받았는데, 첨단 공포증은 아니지만 주사 공포증이 심해 한 번만 받고 말았다. 인터넷에서도 일자목이나 거북목 얘기가 주로 돌아다니니까 코브라목은 걔들보다는 괜찮은 목인 줄 알았다. 이름도 예쁘잖아, 코브라목. 뭔가 세 보이고. 


치료 선생님은 내 몸을 여기저기 살핀 뒤, 등이 굽었는데 본인이 몸을 펴려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고 했다. 굽은 등을 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허리와 배에 힘을 주어 바로 세우려고 하니까 목뼈에 부담을 주어 코브라목이 된 것 같다고. 코브라목과 함께 사랑스러운 이중 턱은 보너스다. 


날개뼈 쪽이 볼록 튀어나왔다는 소리는 엄마한테 종종 들었는데 단순히 살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유전적인 요인 같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허리 쪽 척추가 선천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등이 약간 굽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굽어서, 원래는 나와 키가 비슷비슷했는데 지금은 현저하게 차이 난다. 

엄마처럼 척추가 심하게 굳거나 굽은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비슷한 척추였다. 지금까지 나는 매우 자세가 바른 인간-그러나 나태해질 때는 구부러들지-인 줄 알았기에 충격이 컸다. 너무 충격이어서, 원래는 한두 번만 받고 말려고 했던 치료를 여섯 번이나 받고 있다. 



가격은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한 번에 50분 정도 하고 가격은 10만 원 조금 넘는다. 다른 곳도 대충 이 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여섯 번 다녔으니까 내림해서 60만 원. 두 달 만에 60만 원이 팔랑팔랑 '안녕히 계세요~~' 하며 사라졌다. 

다행히 실비보험이 적용된다. 보험마다 다르겠지만 내 보험은 90퍼센트쯤 보장해주는 것 같다. 두 번째 갔을 때, 더 안 다닐 줄 알고 진단서를 받아서 청구했더니 1회 약 9만 원씩 약 18만 원이 입금되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가입한 실비보험이라서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너무 부담스럽다. 게다가 갱신형이니까 매년(2년에 한 번이었나) 오르는데, 나는 아파도 병원을 안 가는 사람이라(주사 맞기 싫다) 받은 적이 없다. 몇 년이나 무의미하게 돈이 흘러나가는 기분이었는데 이렇게 돌려받다니. 

아아, 보험 님 감사합니다! 몇 번 더 보장받고 너무 비싸지면 해약할게요.



처음에는 들인 돈과 시간에 비해 좋아진다는 실감이 없었다. 

선생님도 한 번 받으면 이틀 정도 간다고 했다. 이후에는 알려준 간단한 운동을 꾸준히 해서 스스로 해야 한다고. 

'아니 그냥 운동 가르쳐주고 마는 거면 왜 10만 원이나 해?' 

10만 원은 너무 큰돈이니까(실비 청구하기 전이었다) 삐뚤게 받아들였는데, 치료를 받으면 확실히 어깨와 목이 가벼워졌다.

 어깨 위에 멍멍이 한 마리 올리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진짜 멍멍이라면 행복하겠지만 아니니까 늘 피곤했다. 눈도 침침하고. 그런 피로감이 조금 덜어진 기분이랄까. 플라세보 효과인가. 

네 번쯤 치료받고 운동도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니까 확실히 몸이 개운해졌다. 예전과 똑같은 자세로 일하는데 목이 아픈 빈도도 줄었다. 아아, 역시 뭐든 전문가의 손길과 조언이 최고다. 


도수치료는 전문가에게, 일본 문학 번역은 도담도담에게(?).



도수치료는 돈을 내고 고통을 낫게 하기 위해 고통을 사는 셈이다. 물리치료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하고 "오늘은 뭘 할 거예요~."라고 차분한 설명을 들을 때까지는 좋다. 

간단한 운동 동작도 당연히 편하고, 침대에 천장을 보고 누워서 목과 승모근 마사지를 받을 때까지도 괜찮다. 누군가가 나를 소중히 여겨준다는 기분까지 든다.  

고통의 시간은 엎드리면서 시작된다. 선생님이 날개뼈와 척추 부위를 팔꿈치로 꾹꾹 누르고 돌리고 비비고 하는 순간부터 속으로 삼키는 비명과 욕설이! 


"으아아악! 앞으로 똑띠 가슴 펴고 살게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가슴과 허리 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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