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을 넘어가면 바다가 끝나는 건가요
바다라 부르는 그 땅에,
그 땅을 덮으려 안간힘을 쓰는 파도에,
어젯밤 애써 자른 열 개의 발가락을 첨벙
무릎 사이로 바다가 들어왔다
종아리 사이로 다시 그 바다가 나갑니다.
내가 만나지 못하는 수많은 바다가
저녁해가 넘어간다는 저 쪽 어귀까지
일렬로 늘어서 금을 그어버렸네요.
딱 여기까지
오라는 걸까
오지 말라는걸까
무릎을 덮은 바다가
허리를 적시고
가슴까지 울립니다
열 개의 손가락에 순정이 맺혀있던 그 저녁에도
내 무릎과, 내 허리와, 내 가슴은
바다에 덮혀 내내 울었겠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린 바다는
몇 번의 낮과 밤을 돌고 돌아
발가락 사이로 다시 스며드는 건지
그 모든 밤들을 셀 수 없듯이
그 모든 기억을 다시 되풀이 할 수 없듯이
수평선까지 바다라고
수평선부터 바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말할 수 없을지
어제의 나를
지금의 나라
말할 수 있을지
말할 수 없을지
계속 물어보려 애써봐야
아무도 바다의 끝을 말해 줄 수 없어요
꿈속에서 도망치려 해봐야
거기, 그 자리에, 내가 있었던 걸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을 뿐
지나간 것들을 모두 버리고 싶어, 오래된 일기장을 꺼낼때마다, 결국 버리지 못하는 나만 발견합니다. 달라졌겠지만, 그걸 어떻게 딱 잘라 지금의 내가 아니라 선긋고 버릴 수 있겠어요.
다들 그러하리라 믿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