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너와 나의 발자국
행여나 기억이 나지 않는 밤이 오거든
네가 남기고 떠났던
나의 발자국을 다시 밟아봐
누군가 또 밟아 뭉그러진
허나
분명 그 자리에 떨어진 빗물 속으로 밀려들어갔던
나도 기억못할 내 마음들을
기억의 소리에 으스러져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면
시간을 붙잡아 연신 흔들어대는
도시의 전신주가 너무 가여워
그러니
바스락 소리에 겹겹히 쌓인 그 보통의 생채기들이
영원히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지 않게
가장 수고스럽게
가장 보드라운 몸짓으로
내 발자국을 밟아봐
공존은
땅 위를 넘어서지 못한 채
헛구르다 말 네 춤사위에 미끄러져
새로이 내 발자국을 파헤쳐 놓겠지만
그렇게
또
당신과 나의 숨바꼭질은
오늘 밤 아무도 모르게
도시 속 오수관 위로 흘러가겠지
비야 와라
비야 흘러라
모든 건
구정물 속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찰싹거리며 쫓겨가는 그들의 아침 속으로
비집고 들어설거야
차갑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우린 또 무슨 '말'들로 정적의 장면들을 시퍼런 길 위에 남겨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