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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내음 Oct 24. 2016

열다섯. 발자국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너와 나의 발자국

행여나 기억이 나지 않는 밤이 오거든


네가 남기고 떠났던

나의 발자국을 다시 밟아봐


누군가 또 밟아 뭉그러진

허나

분명 그 자리에 떨어진 빗물 속으로 밀려들어갔던

나도 기억못할 내 마음들을


기억의 소리에 으스러져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면

시간을 붙잡아 연신 흔들어대는

도시의 전신주가 너무 가여워


그러니

바스락 소리에 겹겹히 쌓인 그 보통의 생채기들이

영원히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지 않게

가장 수고스럽게

가장 보드라운 몸짓으로

내 발자국을 밟아봐


공존은

땅 위를 넘어서지 못한 채

헛구르다 말 네 춤사위에 미끄러져

새로이 내 발자국을 파헤쳐 놓겠지만


그렇게



당신과 나의 숨바꼭질은

오늘 밤 아무도 모르게

도시 속 오수관 위로 흘러가겠지


비야 와라

비야 흘러라


모든 건

구정물 속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찰싹거리며 쫓겨가는 그들의 아침 속으로

비집고 들어설거야


차갑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우린 또 무슨 '말'들로 정적의 장면들을 시퍼런 길 위에 남겨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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