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ndant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내음 Oct 24. 2016

열다섯. 발자국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너와 나의 발자국

행여나 기억이 나지 않는 밤이 오거든


네가 남기고 떠났던

나의 발자국을 다시 밟아봐


누군가 또 밟아 뭉그러진

허나

분명 그 자리에 떨어진 빗물 속으로 밀려들어갔던

나도 기억못할 내 마음들을


기억의 소리에 으스러져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면

시간을 붙잡아 연신 흔들어대는

도시의 전신주가 너무 가여워


그러니

바스락 소리에 겹겹히 쌓인 그 보통의 생채기들이

영원히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지 않게

가장 수고스럽게

가장 보드라운 몸짓으로

내 발자국을 밟아봐


공존은

땅 위를 넘어서지 못한 채

헛구르다 말 네 춤사위에 미끄러져

새로이 내 발자국을 파헤쳐 놓겠지만


그렇게



당신과 나의 숨바꼭질은

오늘 밤 아무도 모르게

도시 속 오수관 위로 흘러가겠지


비야 와라

비야 흘러라


모든 건

구정물 속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찰싹거리며 쫓겨가는 그들의 아침 속으로

비집고 들어설거야


차갑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우린 또 무슨 '말'들로 정적의 장면들을 시퍼런 길 위에 남겨둘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열넷. 연애소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