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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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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내음 Oct 19. 2019

울렁울렁 마음이 파도를 치는 날엔

그동안 잘 참았어. 잘했어

변두리라는 건 늘 이중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정중앙에 앉아 볼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저 구석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고,

"봐, 난 이제 그런 집착이 없어"

한껏 헐렁해진 셔츠를 그마저도 단추까지 풀어버리고

난 너희랑 다르다며

금을 긋고

마음을 거두고

어른이 된다는 게

저 멀리 100층짜리 건물 위에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일개미로 만들며

비밀스런 구석자리를 차지한단 것이

사다리에 오른 현자가 되는 길인 줄 알았지


하지만 변두리엔 불이 들어오지 않아

핀 조명은 늘 무대 중앙만을 비추고

2층 관객석 끄트머리는 끝까지 단색의 어둠만이


한강철교를 지나고

을지로 버스정류장 앞에서

오페라 포스터의 붉은 잉크가

일상의 지루함이 아닌

밀려나 앉은자리에 대한 걱정을 끌어낸다면


걸어봐야 할까

어봐야 할까

울어봐야 할까


일단 어디가 정중앙이었는지

불부터 켜고

다시 봐야겠다


그게 내가 오늘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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