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되었다.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엄마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어진다는 것을.
정말 잠깐이었다.
눈을 한 번 깜빡이면 놓칠 만큼 짧았고,
엄마는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웃었다.
그래서 아이는 그 표정을 붙잡지 않았다.
대신, 기억해 두었다.
숲 밖에서 만난 아이들은 가끔 아빠 이야기를 했다.
같이 강에 다녀왔다거나,
무거운 것을 대신 들어주었다거나,
밤이 되면 등을 내어주었다거나.
그 이야기들은 모두 사소했다.
웃으며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
자랑도 아니고 불평도 아닌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
자기만 빠져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누군가 “아빠가 말하길”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이는 그다음 말을 굳이 듣지 않아도 되었다.
그 자리에
자신이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빠가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았다.
숲에서는 없는 것이 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인간들의 마을에서는 없는 것은 자주 설명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묻지 않았다.
엄마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이미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대신, 생각했다.
아빠란 자리는
정말로 꼭 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는 가져야 하고,
누군가는 비워 두어야 하는 자리일까.
그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는
해결하기로 했다.
생각을 더 하는 대신,
직접 확인하기로.
그날 밤, 아이는 엄마 몰래 짐을 쌌다.
아주 많지는 않았다.
숲에서는 필요한 것이
늘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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