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여름, 다시 시작되다
익숙한 나무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눈을 뜨자마자 숨이 멎었다.
축축한 공기도, 물에 잠긴 숲의 냄새도 없었다. 대신 햇볕에 데워진 나무의 온기와, 오래된 집 특유의 건조한 공기가 폐 안으로 들어왔다.
‘여긴… 할아버지 집이잖아.’
몸을 일으키자 얇은 여름 이불이 허리 아래로 흘러내렸다.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방학을 맞아 혼자 내려왔던 그 해의 여름. 아직 바다가 넘치기 전,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던 시절.
창밖에서는 매미 소리가 요란했다.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그때였다.
손목에서 미세한 전류음이 울렸다.
치직—
정전 직전의 텔레비전처럼, 아주 짧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목을 붙잡았다. 피부 위로 무언가가 밀착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이미 내 것이었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손을 내려다봤다.
손목시계였다.
검은 테두리, 설명 없는 화면.
그리고 다음 순간, 숫자가 떠올랐다.
100
숨이 턱 막혔다.
숫자는 한 박자 늦게 다시 변했다.
99 : 23 : 58
초 단위로,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다.
“…….”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장면들이 순식간에 겹쳐졌다. 질척한 땅, 잠긴 숲, 총성, 쓰러진 강아지와 고양이.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손을 내밀던 남자.
나는 시계를 더 보지 않았다.
확인하는 순간, 이 시간이 진짜가 된다는 걸 알았다.
숨을 고른 채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바닥에 차가운 마룻바닥의 감촉이 닿았다. 현실이었다. 꿈이 아니었다.
나는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문을 여니, 할아버지가 그 자리에 있었다.
낡은 러닝셔츠 차림으로, 등을 반쯤 드러낸 채 효자손으로 등을 긁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아침 드라마 재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선풍기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일어났냐?”
할아버지는 나를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그 목소리가 너무 평범해서, 순간 울컥했다.
“밥은 이따 먹어라. 아직 덜 됐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할아버지의 등을 바라봤다. 살아 있는 사람의 등.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일상.
손목이 다시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소매를 내려 시계를 가렸다.
지금은 말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해서는 안 됐다.
이 여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내 손목의 숫자는 이미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안방 문턱에 서서 할아버지를 한참 바라봤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효자손으로 등을 긁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보아 온 익숙한 동작이었다. 긁는 속도도, 팔을 멈추는 타이밍도 변한 게 없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을 눌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