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시리즈] 바늘이 사라진 시간

멈춤의 끝에서

by dodamgaon

벽시계가 멈춘 지 오래였다.

초침도, 분침도, 시침도,

모두 자취를 감춘 듯 조용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시계는 멈췄는데,

햇살은 여전히 커튼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바람은 흔들렸고, 먼지는 천천히 춤을 췄다.


소년은 낡은 시계 앞에 앉아,

그 자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바늘이 사라진 자리에는

시간의 소리 대신, 마음의 박동만이 남아 있었다.


“아직… 움직이고 있구나.”


소년은 속삭였다.

시간은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를 향한 생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숫자도, 시침도 아닌

‘기억하는 마음’이었다.


소년은 시계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이제는 멈춰 있어도 괜찮았다.

그 안에는 이미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 작가의 말

시간이 멈추어도 마음은 흐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모든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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