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대신 말해 주던 밤
우울과, 최고조에 달한 스트레스는
결국 꿈으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났다.
그날 밤,
문득 낯선 골목을 걷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나는 방향도 모른 채
그저 발만 옮겼다.
뒤에서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지만
돌아보면 역시 아무도 없었다.
숨이 가빠질 때쯤,
갑자기 모든 풍경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벽은 종이처럼 찢어지고,
길은 물처럼 흔들렸다.
그제야 알았다.
이건 결국
내 마음이 만든 장면이라는 걸.
꿈은 말이 없었다.
대신 풍경으로 나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너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
그래서 많이 힘든 상태야.
아무도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기에,
꿈이 대신 나에게 그 말을 건네주고 있었던 것이다.
눈을 뜨자
이불은 그대로였고,
방 안도 어제와 다를 것 없었다.
그런데도 가슴 한가운데엔
누군가 조용히 짚어준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괜찮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
나는 그게 꿈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서 온 말이었음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