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밤
고요와 적막이 겹친 공간에서
홀로 선 나는
나에게 삼켜졌다.
소리는 사라지고
생각만 크게 울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머릿속은 하루 종일 나를 꾸짖었다.
잘한 건 흐릿해지고 못한 것들만 또렷해졌다.
이미 끝난 하루를 붙잡고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되감았다.
오늘도 잘 버텼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목 안에서 멈췄다.
우울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았다.
하루하루 쌓인 피로와
말로 하지 못한 감정들,
애써 외면했던 작은 체념들이
서서히 커짐 끝에
어느 순간 나를 조용히 덮쳤다.
아무도 없는 밤, 나는 내가 사라질까 봐
불도 켜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잘 버텼어.”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만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늘의 나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우울 속에서도 나는 아직 나를 놓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완전히 삼켜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