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건넨 손
놀이터는 저녁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웃으며 공을 차고,
미끄럼틀 위에서는 발소리가 쿵쿵 울렸다.
그때,
공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
모래밭 건너편으로 떨어졌다.
한 아이가 그 공을 주우러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놀이터 가장자리,
그늘 아래에
어린 로봇이 서 있었다.
같은 얼굴의 로봇들 속에서 벗어나
처음 혼자 서 본 모습이었다.
아이와 로봇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눈에는
그저 또래의 아이 하나가 서 있었고,
로봇의 눈에는
꿈에서도 본 적 없는 얼굴 하나가 서 있었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안녕?”
그 한마디가
로봇을 멈춰 세웠다.
대답해야 하는 말도,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규칙도
어느 데이터에도 없었다.
로봇은 두 손을 공중에서 잠시 멈추었다.
아이의 손이 로봇 앞에 내밀어졌다.
따뜻한 손이었다.
그 온기가
쇳속까지 번져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로봇의 가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파동이 일었다.
이것은 오류가 아니었다.
처음 겪는 것이었다.
로봇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아이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끼리 닿은 순간,
세상이 아주 잠시
조용해졌다.
놀이터의 소음도,
수많은 규칙의 신호도
모두 멀어지고
남은 건
작은 손 둘 사이의 온기뿐이었다.
그 순간 로봇은 알았다.
자신이 느끼는 이 떨림의 이름은
감정이라는 것을.
아이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고,
로봇의 손은 처음으로
그 온기를 놓고 싶지 않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