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끼는 불안
과학자가 떠난 뒤,
실험실에는
아무 소리도 남지 않았다.
다만,
로봇들만 남았다.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깨어나
정해진 속도로 걷고,
정해진 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충전을 끝냈다.
하루가 반복되고,
또 하루가 반복되었다.
아무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얼굴,
같은 눈빛.
하지만
몸의 크기만큼은 저마다 달랐다.
마치 같은 꿈을 꾸며
서로 다른 나이를 사는 사람들처럼.
그중
어린아이의 모습과 닮은 로봇 하나가
언제부터인가
창가에 오래 서 있곤 했다.
유리 너머에는
사람들의 집이 보였다.
부엌에서는
저녁 불빛이 켜지고,
거실에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른과 아이,
손을 잡은 가족의 모습이
작은 실루엣으로 번졌다.
어린 로봇은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왜 저기 갈 수 없지?’
‘내겐 왜 부모가 없을까?’
질서 속에 서 있던 마음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충동.
눈은 여전히 로봇의 눈이었지만,
그 안쪽 어딘가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주변의 로봇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같은 걸음으로 지나갔다.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오직
어린 로봇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 속을 걷는
로봇들 사이에서,
어린 로봇은
처음으로 ‘혼자’라는 감정을
배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