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이 계획서를 허락받아야 하는 'ㅇㅇ'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을 개발하거나 인간을 테스트 대상으로 사용할 수 없을 때 사람은 대체재로 동물을 쓴다. (동물을 ‘재화’로 표기하는 현행법에 대해서 동물판은 꾸준하고 성실히 투쟁 중이다) 어떤 종을 얼마나 희생시킬지 임의로 정하고 선별하는데, 내부 기준 이외에 외부 심사자를 두어 최소한의 개체수로 고통이 덜하도록 평가와 확인을 받는 조직이 있다. 바로 수의학과가 있는 대학교이다.
해당 기관과 연관이 없는 일반인을 외부 심사자를 두는 게 원칙으로, 최대한 검증된 사람을 선발하기 위하여 각 동물보호 연대에서 추천을 받아 임명하고는 한다. 한국을 비롯한 각 국가에는 다양한 동물보호 연대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한국 동물보호 협회, 동물 자유 연대, 동물 학대 방지 연합, The KARA 등이, 해외에는 World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Animals(세계 동물보호 협회), Compassion in World Farming(농장 동물 보호 국제단체), All life in a viable environment, Adsurdity of Vivisection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나는 ‘생명체 학대 방지 포럼’과 인연이 있다. (동물판 특성상 다리 건너 알고 지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선발을 위해 추천을 받으려면 필수로 [농림축산 검역본부 나라 배움터]에서 “동물 실험 윤리” 과목을 4시간 동안 학습해야 한다. (원래 공무원을 대상으로 편성된 사이트여서 공무원이 아닌 경우 ‘동물 보호과’를 통해 수강 신청한다) 그리고 평가에서 합격을 해야 수료 가능하다. (이후 ‘교육 이수 번호’를 발급받는데, 추후 신청서 양식에 기재할 수 있는 코드이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 도덕 시간에 배웠던 ‘윤리’ 과목을 떠올렸던 나는 작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살육을 시행하는 입장으로 최대한 내어놓을 수 있는 마지노선의 중심.
‘어쩔 수 없이 갖다 쓰지만, 나도 하고 싶지는 않아. 그런데 정말 그렇다, 마음이...’
하는 내면의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한 마리의 개체여도 고통을 느낀다면
그건 잔인한 공격을 가하는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어떻게 생명의 존귀함 앞에 까딱이는 계산으로 잣대를 들이민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가지 이유들로 수많은 동물은 죽는 중이다. 조금이라도 더 살리고 싶어서 한 마리라도 덜 울도록 지혜를 짜내 파고드는 게 눈 가리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보다 현실적이라 결국 어느 시점엔 도달했던 것 같다.
Non-vegan 이어도 육식에 환장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 간헐적 채식을 하는 입장도 있다. 채식 지향 중에도 Veganism을 식문화에서 만끽하고 그치는 입장이 있는 반면 동물이 희생되는 현장 앞까지 굳이 찾아가 마주하지 않아도 될 처참함까지 이고 지는 입장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이들을 위해 동물이 재화를 지급한다면, 그런 재화가 동물에게 있었더라면 애초에 ‘육식’이라는 단어가 보편화되지 않았을 거라 6차원 스러운(?) 상상을 해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