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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미 제인 Nov 16. 2023

나도 나를 좋아하곤 있더라

쑥스러움이 많은 것 같긴 하지만


자기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던데


배가 고팠다.

돈이 없었다.

당장 누군가와 약속 한 끼 잡기 어려운

상황이 뿌옇기만 하고 잡히지가 않는다.


나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삶이 괜찮은 걸까,

괜히 서글프고 눈물이 났다.

곁을 지켜주는 이들이 강하기에 더욱

의연하고 굳건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날들이 벌써 한참 지난다.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

머리 아닌 가슴으로 느껴져야 하는데

어쩐지 훈계 같고, 와닿지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그 당연함이
당연한 걸까.




사랑해, 아니, 노력해.


사람 마음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것 참 편리한 일일 것이다.


나에게 밥을 먹이고, 

나를 위해 새벽 기상을 한다고 해서


나 자신이 고맙다고, 

나 참 훌륭하다고

칭찬을 매일 해 준다면


어떨까? 내 마음을 내가

살 수 있을까?



하루 일과가 어땠는지, 

좋은 일 혹시 있었는지

기분 상태를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그냥저냥 해는 질 준비를 한다.


가족에게 기꺼이 희생하는 마음으로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건넬 수 있는
다정한 인사가

더 먼저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같이 겸 한다.




  싫어한다면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부엌의 찬장을 털어 

부치게 된 양파칩 조각이

목구멍을 넘어가며 몇 마디 건넨다.


"야,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생각보다 괜찮지? 오묘하게 알싸한 게 -"

"다음에 또 보게 될걸. 잊지 못할 테니"


밖에서 파는 것 이상으로 

알맞게 튀기어진 식감과 온도가

어쩐지 만족을 자아내는데


나 자신에 대한 긍정과 존중감이

적잖이 혀와 위장에 연관한다는

상관을 살며시 마주하기도.



나를 위해 요리를 해 준 저녁,

그저 맛있게 먹은 것 만으로 손뼉 치다가


문득 


'아, 나도 나를 좋아하고 싶었구나. 

나도 나를 좋아하곤 있구나'


새삼스레 깨닫게 되고 말았다.


내가 밥을 먹는 게 행복하다니.

밥을 먹을 수 있어 기뻐하다니.


@unsplash / Joel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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