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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달, 첫 1000명

안녕하세요 도다 툴이라는 갓난 스타트업의 아빠 곽도영입니다.


6월 23일 론칭 후, 어느덧 첫 한 달이 금세 되어버렸네요. 저희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도 한 달간 건강하셨는지요.


이번 달의 희로애락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희(기쁨) : 첫 한 달만에 마케팅 없이 입소문으로 1000명의 유저를 모았다.

로(노여움) : 처음 얼리어답터로 가정한 페르소나가 사실 아니었다. 매주 10% 성장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았다.

애(슬픔) : VC분들을 만나며 시장 규모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락(즐거움) : 유저분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희(기쁨)

저희 도다는 '최고의 마케팅은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을 정말 좋아해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광고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비쌌고, 기존 중견기업의 마케터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나마 최소한 유저분들을 모으고 성과를 분석하려면 300만 원 정도는 시험적으로 마케팅을 해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같이 자금이 많지 않은 갓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정말 큰돈이기에 다른 방법으로 유저들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가 생각한 것은 입소문 마케팅! 저희가 진짜로 유저분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희가 세웠던 가설은 '무료로 콘텐츠를 만들어보게 하면 유저들이 플레이해보면서 만들어보고 싶어질 것이다.'였어요. 저희가 실존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 분명 콘텐츠를 플레이해보면서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분들은 직접 만들어볼 거라고 생각한 거죠.


초반에는 하루에 5명 가입을 했어요. 아무런 마케팅을 안 했는데 이렇게 가입하는 것이 신기했고, 조급해하지 말고 매주 10%씩만 성장하자는 생각을 가졌어요. 스타 콘텐츠가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 나올지는 몰랐기 때문에 10%로 잡았어요.


스타 콘텐츠의 등장

트렌드 어워드라는 뉴스레터를 운영하시는 기태님께서 '신조어 능력 고사'라는 콘텐츠를 만드셨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따로 바이럴 하지 않고 주변 지인분들께만 알렸는데, 이 콘텐츠가 퍼져나가 일반 유저분들도 플레이하시게 되었어요. 처음에 1600 플레이가 되었을 때도 기태님도 저희도 정말 신기하고 신났는데, 지금은 어느덧 8만 4천 번 플레이가 되었답니다. 더불어서 저희 툴로 만든 콘텐츠가 전환이 진짜 잘 되는 지도 함께 검증되었어요. 뉴스레터 구독자가 100명 내외였는데, 저희 툴로 만든 콘텐츠가 흥하고 한 달 만에 구독자 1000명을 넘었거든요.


저희는 이전에 운영했던 플랫폼에서 KPOP 팬분들이 이런 콘텐츠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여러 커뮤니티와 틱톡에 KPOP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렸어요. 한 커뮤니티에서는 문제를 같이 내달라고 했고, 팬분들이 직접 문제를 내어주시기도 했고, 해당 커뮤니티 트랜딩에 오르기도 했어요. 그러다 일정 시점에 KPOP팬분들이 트위터, 위버스, 틱톡 등에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하셨고, 분당 활성 사용자가 700대까지 올라갔어요. 가입자수가 크게 늘었고, 직접 제작하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로(노여움)

저희는 처음에 마케터, PM 분들이 저희의 얼리어답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어요. 


마케터, PM 분들은 매우 바쁘셨고, 기획부터 디자인 에셋까지 엄청 어려워하셨어요. 캠페인 일정을 잡는 것 역시 상부에 보고를 해야 했고, 무엇보다 현재는 베타 기간이고 입소문을 위해서 저희 배너를 제거할 수 없게 했는데, 이 부분이 마케터분들이 리소스를 많이 들여 콘텐츠를 만들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되었어요. 애널리틱스가 없다는 것 역시 발목을 잡았고요. 


9월에 정식 론칭이 되면 애널리틱스가 탑재될 예정이지만, 빠르게 반응을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작 꿀팁과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디자인 에셋 사이트를 모아놓는 등 블로그도 열심히 써 봤지만, 해결하기가 어려웠어요.


처음부터 마케터들을 타깃으로 모든 일정을 짜 놓았는데 유료 론칭까지 시간이 남은 상태이고,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로 다른 퍼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조금 혼란스러웠어요.


애(슬픔)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초기에는 성장에 집중하면 매출이 떨어지고, 매출에 집중하면 성장이 떨어지는 구조가 대다수입니다. 저희 역시 이전에 광고 에이전시와 스타트업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고, 그 끝에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보니 투자를 받는 것이 불가피했어요. 여러 기업들에서 꾸준히 협업 제안이 왔지만, 툴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모두 거절했어요. 개발자가 CTO님 혼자이다 보니 '선택과 포기'가 중요했어요.


기쁘게도 6개 정도의 VC들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덱을 열심히 만들었고, 미팅에 참여했습니다. VC마다 추구하는 투자 성향도 다르고, 집중해서 보는 것도 다르다 보니, 한 VC미팅을 하고 나서 덱 수정하고, 다른 VC 만나고 나서 덱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되었어요. 정말 존중해주시는 VC도 있었고, 즐겁게 이야기하듯이 제 비전과 목표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있었고, 투자할 10가지 요인 대신 투자 안 할 1가지 요인을 찾듯이 눈을 매섭게 뜨고 계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공통적으로 시장규모에 대한 피드백이 많았는데, 사실 스타트업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작은 시장을 타기팅해서 확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큰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말도 못 하는 갓난아기가 대학교를 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인력 리소스도, 자금도 게임이 안 되는 상황에서 큰 시장으로 진입해서 10배 더 좋은 차별점을 주지 못하는 것보다 작은 시장으로 진입해서 독점을 하면서 시장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YC에서도, 린 스타트업 시리즈에서도, 피터 틸의 Zero to one에서도 동일한 말을 했어요)


부동산 시장이 크고, 제약 시장, 커머스 시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어마어마한 인프라 차이를 따라가는 것이 사실 상 불가능하듯이 말이죠. 


이미 외국에 저희랑 비슷한 서비스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어 연매출 200억에서 500억을 내고 있는 상황이고, 저희는 한국에서 시작하지만 글로벌 진출을 할 것이다, 진입시장은 작지만 성장률이 높고, 확장 가능한 시장은 이런 시장들이 있고, 이렇게 확장을 하면 시장 파이가 훨씬 크다는 이야기를 해도, 설득이 되지 않은 몇몇 VC는 계속 회의적인 시각으로 피드백을 주셨어요.

계속 시장이 작고, 돈이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듣다 보니 이쯤 되면 아이템이 문제라는 생각도 조금씩 들기도 했어요. 마치 저희 아이가 성장해봤자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계속 들은 것과 같으니까요.


그럼에도 흔들리지 말자는 생각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새겼어요. 


투자는 결혼과 같은 관계 맺음이라고 하는데, 저희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딱 한 곳만 찾으면 되기 때문에 발전시킬 피드백은 생각을 깊게 해 보되, '안 될 거야'라는 회의적인 시각은 그냥 흘려듣기로 했어요.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을 위해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 100명이 넘는 투자사를 만났다고 했는데 대부분 거절당했다고 하듯이, 넷플릭스를 처음 창업할 때 다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했지만 끝까지 해서 유니콘이 되었다시피, 저희도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락(즐거움)

VC분들께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어서 속상한 마음은 유저분들의 긍정적인 피드백 덕분에 나아졌어요.


유저가 불편하다고, 개선해달라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고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에서 읽었어요. 피드백을 쉽게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저희는 채널 톡을 툴 내에 탑재해놓았는데요, 끊임없이 어려운 점에 대해서, 추가했으면 하는 기능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는 유저분들에 제가 직접 응대해드리고 있어요. 


마켓 컬리 인사이트를 읽으면서 김슬아 대표님께서 VOC를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전부 읽으신다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고, <린 고객 개발>에서 응대 직원분들이 사실 UX의 열쇠를 갖고 있다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직접 응대를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어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이 났고, 무엇보다 직접 채널 톡을 통해서 좋은 툴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것에 감동받았습니다.


우리가 '결국 누군가는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고통을 해소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희의 시간이 헛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힘을 나게 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좋아하고 직접 쓰는 브랜드 들에서 저희 툴로 콘텐츠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 신기했어요. 큰 시장을 노리고서 주변에서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을 듣고서 만들었는데 고객들 반응은 냉담한 서비스보다, 주변에서 '안 될 거야'라는 말을 듣고서 소수의 고객이 사랑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결국 승자가 되듯이 끝까지 해낼 겁니다.


100명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1명이 사랑하도록 하는 것이 더 어렵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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