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첫 BM의 고민

안녕하세요 도다 툴이라는 갓난 스타트업의 아빠 곽도영입니다.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 곧 저희 도다의 첫 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달의 희로애락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희(기쁨) : 새로운 제안과 기회가 생겨나고, 모든 기능을 유저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로(노여움) : 투자가 얼마나 받기 어려운지를 깨닫다.

애(슬픔) : R&R에 대한 고민과 방황

락(즐거움) : 결제하고 싶다는 문의의 증가



희(기쁨) : 새로운 제안과 기회가 생겨났다.


저희는 일반적인 SaaS처럼 무료와 프리미엄이 있는 구독형 BM을 생각해왔습니다. 다른 BM은 사실 고민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희와 비슷한 성공한 롤모델 사들은 모두 구독형 BM만을 진행해왔으니까요.


이번 한 달 동안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베타 기간 동안 고객들이 새로운 힌트를 많이 주셨습니다.


-API로의 가능성 : 어느 날 링크드인으로 연락이 왔고, 국내 최고의 IT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플랫폼에 해당 플랫폼에 맞는 기능들을 추가해서 API로 탑재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항상 고객은 생산자, 유저는 소비자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요, 고객이 다량으로 구매를 하고 이를 자신의 유저에게 제공해줘서 유저를 생산자로 만드는 발상은 새로웠습니다.


해당 힌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BM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이전에는 존경스럽지만 멀기만한 유니콘, '센드버드'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선배 기업으로 느껴졌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가능성 : 스타 콘텐츠를 만든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뉴스레터 구독자가 100명이었는데, 저희툴로 만든 콘텐츠가 터지면서 구독자가 1500명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그 크리에이터 분께서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구글 애드센스를 넣어서 조회수를 통한 수익을 벌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해당 크리에이터 이후에도 비슷한 의견을 주신 분이 몇 분 더 계셨습니다.


-SEMI S.I. 의 가능성 : 국내 최고의 문화콘텐츠 회사와 출판사들에서 기획 부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테니 기획을 같이 해줄 수 있는지 문의가 여러 차례 왔고, 실제로 최고의 문화콘텐츠 회사와는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를 <기획 패키지>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기획이라는 진입장벽을 저희가 해결해주면서 기획이 어려워 툴을 사용하시지 않는 고객분들까지 지평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베타를 진행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고객들을 빠르게 만나고 고객들의 피드백과 의견으로부터 힌트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 같아요. '뇌피셜'로 의사결정을 하다 보면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원하는 것'을 만들게 되는데, 이렇게 고객들이 말해주는 것을 듣고, 고민하다 보면 제품 개발 가능성뿐 아니라 BM에 대한 방향성도 더 잘 잡히는 것 같아요.



로(노여움) : 투자가 얼마나 받기 어려운지를 깨닫다.


사실 투자를 받지 않으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집중이 영양가 있는 집중인지는 고민해봐야겠지만요. 투자를 받으면 투자금을 지렛대로 사용해서 더 공격적으로 성장하거나, 자금에 대한 걱정 없이 사업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투자를 받으러 다니면서 배운 점은 강제적으로 우리 회사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구성원이 몇 안 되는 갓난아기 스타트업에서 대표의 역할은 생각보다 실무 중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도다 팀 역시 그렇고요. 계약, 법률, 디자인, 마케팅 등 전방위적인 실무는 직원을 뽑거나 자동화를 이루기 전까지는 대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VC를 만나고, IR덱을 만들고, 피드백을 기준으로 고민하고, IR덱을 수정하는 전 과정은 실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 때문에 상당히 고역입니다.


하지만 실무를 하다 보면 전체적인 로드맵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고통스럽지만 R&R이 잡히고 있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하고요.


주변에 훌륭한 대표님들의 회사는 빠르면 2주에서 1달 정도만에 딜이 클로징 되던데, 저희는 훨씬 오래 걸리는 것을 보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이 반복되고 있기만 하지만, 베타 론칭하고 고객분들이 주시는 힌트를 기반으로 IR이 진화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희 사업을 좀 더 멀리서 보게 된 것 같긴 합니다.


저희는 다행히 한 VC의 이사님께서 제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주셨고, 제가 말한 것을 기반으로 저희의 강점들을 끄집어내 주셨습니다. IR도 어떻게 하면 더 개선이 되겠다고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계속 봐주고 계십니다. 생각보다 많은 VC들이 생산적인 피드백보다는 '시장이 작아서 안 될 거야.'와 같은 부정적이기만 한 피드백을 주곤 합니다. 자존감이 떨어지곤 하죠.


다행히 가장 가까이서,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제 이야기 기반으로 피드백을 주시는 몇몇의 하우스와 이야기가 오가고 있어서, 일말의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이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네요...ㅎ



애(슬픔) : R&R에 대한 고민과 방황


자그마한 스타트업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대표가 대부분의 실무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IR을 돌러다니면서 비전을 제시하기에도 엄청난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어설프게 비전을 고민하다 보면, 실무도 손에 안 잡히게 됩니다.


일과 중 실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었는데, 실무가 없어져버리니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방황이 시작됩니다. 저 역시 행정적인 부분들을 금방 하고 나서 딱히 할 일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하자!'라는 생각에 책을 읽으면서도 실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매일 13~14시간 정도를 일하다 보니 하루 종일 일, 식사, 잠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시간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낼까에 대한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변에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이럴 때 어떻게 하는지 여쭤봤는데, 하루 일과를 아예 구분지어서 생활하신다는 공통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 출신 대표님께서는 회사 팀 블로그는 오전에, 낮에는 개발 업무를, 저녁에는 개발 공부를 하시고, 주말에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부터는 일과를 커다란 파트로 분류하고, 공부와 일의 밸런스를 맞춰보려고 합니다.


짤막하게 쓰자면,

오전에는 가장 창의성이 뛰어난 시간이니 팀블로그를 쓰면서 새롭게 들어오실 팀원들이 보실 때 저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고,

낮에는 현재 거래처들과 커뮤니케이션, 기획 실무를,

오후에는 경영 관련 책들을 읽고, 저희 팀에 적용시켜보면서 고민하려고 합니다.


뭐든지 습관을 들이기가 어렵지, 하다 보면 잘 되겠지요.


락(즐거움) : 모든 기능을 유저들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결제하고 싶다는 문의의 증가했다.


모든 기능을 유저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베타를 처음 론칭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잘 쓸까?', '어려워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채널 톡을 통해 고객분들과 매일같이 연락하면서 주시는 피드백을 정리하다 보니 벌써 30개가 넘었는데요, 지금은 페이먼츠를 붙이고 있다 보니 업데이트를 못하고 있지만, 사실 고객들이 많이 요청 주신 것을 그전까지는 빠르게 업데이트해서 기능 추가를 했었습니다.


기능을 추가했고, 분명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는 이메일까지 보냈는데도! 처음에는 아무도 안 사용해주셔서 '진짜 원하셨던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희가 듀토리얼이나, 새롭게 추가된 기능에 대한 툴 내부 알림은 시간이 아직 부족해서 전혀 하지 못했지만 살짝 욕심이 들었었습니다.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고객분들이 직접 사용하실 수 있을 정도로 우리 툴이 '직관적이다!', '쉽다!'라는 것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규 기능을 아무도 사용해주시지 않으시니... 저희는 절망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잘 만드시는 한 크리에이터분께서 저희 기능을 100%로 사용하시기 시작하시고, 그 뒤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신규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규 기능이었던 단 나누기를 사용하시는 모습


무엇보다 가장 많은 요청이 애널리틱스 기능이었는데, GA가 놓치는 저희 데이터가 너무 많아서 저희가 직접 쿼리와 데이터 시각화 작업까지 한 애널리틱스를 제작했습니다.

도다 툴의 데이터 애널리틱스 대시보드

채널 톡으로 매일매일 오던 애널리틱스 관련 문의가 정말 싹 없어졌어요!


감동받았다는 고객분의 메시지가 저희가 노력한 모든 시간의 고통을 한 번에 싹 녹여줬어요.


구매하고 싶다는 요청이 증가하다.


저희는 채널 톡을 통해서 매일매일 24시간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애널리틱스 기능에 대한 요청이 정말 많았는데, 애널리틱스 기능이 생기고 나서 "결제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그중에는 1년에서 영구 사용 라이선스까지 원하시는 고객도 있었습니다. 베타 상태여서 결제가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CTO님이 고생하시는 것을 어깨너머로 봤는데, 페이먼츠를 붙이는 것이 생각보다 정말 정말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통장 입금으로 하고 수동으로 업그레이드, 다운그레이드를 하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유료로 결제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으셨고, 플랜별로 기능이 다르다 보니 하루 종일 업그레이드만 해줘야 할 것 같다는 CTO님의 염려 때문에 페이먼츠를 달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바로바로 업그레이드가 적용이 안 되는 점도 걱정이 되었고요.


물론 CTO님의 천재적인 능력으로 정말 쉽고 간단하게 페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Seamless'의 표본처럼 부드럽게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가장 유저 입장에서 기분이 안 좋은 순간이 페이먼츠이기 때문에 최대한 덜 귀찮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브런치 글을 쓸 때마다 우리가 지나온 길들을 한 번씩 되돌아보는데, 한 달이 훌쩍 가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 놀라곤 합니다.


'SaaS 서비스를 하면서 유료화를 미루는 것은 제품에 자신이 없어서다.'라는 말이 있듯이, 진짜 시장의 심판을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