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른 세상에 발 디딜 곳을 잃은 청년들
서울은 너무나 빨리 많은 것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현대 사회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서울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수많은 팝업과 페스티벌, 기억할 틈도 없이 사라지는,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서울의 청년들은 방황한다.
서울에서 낭만이 사라지고 방황만 남은 원인은 도시의 상업화에 있다. 모든 요소가 상업화되어버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는 우연을 찾기 힘들다. 소나기를 피하려 해도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야 하고, 더위를 피하려 해도 물건을 파는 상점들 뿐이다. 거리는 공공성을 잃었다. 상업화된 도시에서 돈이 안 되는 요소는 경제의 논리에 따라 빠르게 배제된다. 유행주기가 짧아지면서 소비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그에 따라 도시의 거리도 계속해서 바뀐다. 청년들은 어디에 의지해야 하는가?
캠퍼스와 도시의 연계만으로는 청년을 머무르게 할 수 없다. 오히려 도시의 상업화가 캠퍼스 내로 스며드는 현상을 가속화할 뿐이다. 청년을 머무르게 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가 아니라 탈상업화 공간이다. 이윤이 목적이 되는 도시에서도 목적 없는 공간이 필요하다. 작은 벤치, 가로수 그늘, 작은 쉼터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도시 안의 정주공간이 된다. 청년들은 이제 새로움만을 좇지 않는다. 한강공원은 새로움이 없지만 날씨 좋은 날이면 늘 붐빈다. 한강공원에도 음식점과 상업시설이 있지만 청년들이 소비를 위해서 한강공원을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한강공원은 변하지 않고 늘 그곳에 있기 때문에 아무 목적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내의 공원은 중요하다.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변함없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공원 같은 건물이 필요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을 걷다가 쉬어갈 수 있는 공원 같은 건물이라면, 청년들을 머물 수 있게 할지도 모른다.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내부는 상가만 가득가득한 건물을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목적 없이 가서 쉴 수 있는 비영리적 건물, 우리 사회의 도서관이 지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책 안 읽는 시대’, ‘종이책보다 전자책시대’라지만 도서관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 더 이상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제 기적의 도서관에는 지난 반년동안 5만 명이 방문하였다. 설계초기에는 햇빛이 떨어지는 원형 서가로 인해 책 보존문제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으나, 도서관은 책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독서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행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인제 기적의 도서관은 인제의 여러 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기적의 도서관이 성공한 이유는 도서관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이미지, 책을 읽지 않아도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사람들을 머무르게 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빠르게 상업화되는 도시 속 청년들은 점점 발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이 상업 활동 외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 즉 언제든 지갑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 청년을 머무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