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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프 Dec 03. 2020

내가 원어민이라니..

한국어 교사를 아시나요?

60점 이상이 합격인데, 내가 61점 맞았다니까!!


오늘은 아주 뜻깊은 날입니다. 시험에 합격한 날이거든요.

60점 이상 합격인데 제가 61.66을 맞았네요. 아~ 이 아슬아슬하고 기똥찬 점수를 받으려고 제가 약 4주간 브치 잠수를 탔답니다ㅠ

61.66이라니... 정말 알뜰한 점수네요 ^^;

 

저는 현직 교사지만, 해외파견교사가 되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한국어 교사가 되는 시험을 보기 시작했는데 필기도 재수, 면접도 재수를 해서 오늘 아주 힘들게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가 원어민이란 사실~

제가 합격한 '한국어 교원능력시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주는 시험입니다. 즉 우리가 원어민 교사가 되는 거예요. 대박~ 내가 원어민이라니.. 정말 짜릿하지 않나요?


미국에선 거지도 영어로 말한데.. 부럽지 않냐?


초, 중, 고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영어는 대학에 입학할 때쯤 잠시 나를 놓아주는가 싶더니 토익으로 목을 조여왔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영어가 놔줄 리가 있겠어요.


what을 '홧'이라 발음하며, 모든 단어 끝자락에 'r' 발음을 추가하는 우리 집 남똘(남편의 애칭^^)도 자기가 영어만 잘했으면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거지가 돼도 좋으니 영어를 잘해봤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남똘은 40대인 지금도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시땡스쿨, 야너두에 돈을 마구 쏟아 넣고 있습니다. 참 영어가 뭐라고.. 말이죠..


그런데 한국어 교사를 하면 내가 원어민이 되니까 외국인이 우리를 부러워하지 않을까요?

"야. 한국에선 거지도 한국말을 한데... 부럽지 않냐?"

이렇게 말이죠~


월급은 박봉이다. 그러나..


가끔, 한국어 강사 모집 공고볼 때면 슬퍼질 때가 있습니다. 가 가입한 '한국어 교원' 카페에서 라온 글들을 보면 한국어 교사라는 직업이 교육자의 헌신적 마인드와 봉사정신을 뼈째 갈아 넣어야 하는 일임을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보여드리는 글은 실제로 프리랜서 강사를 모집하는 글이에요. 해당 업체를 디스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지요. 경력 5년 이상에 영어능통자라도 시급은 20,000원.


영어 수업이라면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요? 경력 5년 이상 & 영어능통자가 한국어 말고 영어를 가르쳤다면 시급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20,000은 아니지 싶습니다.


물론 수요와 공급, 시장의 논리.. 등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글쎄 좀.. 등잔 밑이 우울하단 생각이 들어서요..ㅜ


출처: 네이버 한국어 교원 카페


한국어 교사를 준비하는 동안 세종대왕의 찐 팬이 되다


한동안 한국사 열풍이 불었었죠. 설민석 강사님의 재미난 이야기가 방송을 타면서~ 수능에서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되면서~ 각종 취업 시험에 한국사가 관문으로 등장하면서~ 말이죠.


저도 임용고시를 보기 전 한국사 3급 자격증 시험을 봤어요. 임용고시를 보려면 한국사 능력시험 중급 이상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공부하다 보니 애국심이 생기는 느낌이요.

한국사가 그러하듯! 한국어도 그러합니다!


한글은 세종대왕님이 창제하셨죠. 모음은 하늘, 땅, 사람을 본떠 만들고 자음은 발음기관을 본떠 만드셨어요.

자음, 모음 표 외울 땐 괴로웠지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한글이 과학적이고 우수하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구개음화니.. 자음동화니.. '국어 문법'이 웬 말이냐.. 말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 했었는데, 공부해보니 한글이 참 우수한 문자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전 세종대왕님의 찐 팬이 되었어요.   


초록초록하신 세종대왕님을 좋아합니다. ㅎ


N잡으로 한국어 교사를 추천합니다


 요즘 N잡러가 유행이잖아요. 우리는 모두 한국인이니까 N잡으로 한국어 교사 어떠세요? 아니면 은퇴를 준비하실 때 한국어 교사는요?


저는 해외파견교사 준비를 위해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땄지만 k-pop열풍,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기존 한국어 선생님들도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해요.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중도 입국자를 위한 한국어 수업,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수업, 결혼이민자, 이주 노동자 등 다양한 대상을 위한 한국어 강좌가 많이 있습니다.


한국어 교사를 본업으로ㅜ 하기엔 어쩌면 근무조건이 열악하다 생각하실 수 있지만 N잡이나 은퇴 후 삶을 준비하신다면 '한국인이 원어민인' 한국어 교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공부하는 동안 참 좋았어요. 물론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61.66이라는 점수로 면접을 합격했지만 ㅜㅜ 추천은 자신 있게 하고 싶습니다.


 국어! 우리가 사랑하고 공부해서 외국인에게 자신 있게 가르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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