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사이즈 옷을 다 버리다.

서른아홉에 51키로!

by 점프
예쁘게 살고 싶어!!! 이제부터라도!!!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냥.. 두 딸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애들 옷은 40만원 넌치를 척하니 사면서도 내 옷은 온통 싸구려들 뿐이었다. 머리도 질끈 묶고 바지도 펑펑하게... 통통한 몸매만 가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상선의 결절을 발견한 그날 이후 예쁘게 살고 싶어졌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조금 억울하고.. 조금 섭섭했으며.. 조금 잃어버린 느낌을 받았다.



*가장 육중했을 때 : 둘째 임신하고 막달! 76kg+α

둘째가 내 배속이 좁다며 박차고 나올 때쯤, 나는 76kg+α였다. 76보다 1-2kg쯤 더 나갔을 건데.. 76이란 숫자까지 확인하고 그 다음부턴 무서워서 체중계에 못 올라갔다. 너무 어마 무시한 숫자를 확인하게 될까 봐... 차마 체중계 위로 발을 올리지 못했다.


여담이지만.. 그때 집에 부서지는 장난감이 속출했는데... 다 내가 밟아서다.

걷기만 하면 '우지끈 뚝' 뭔가 부러지는 소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부채부터 시작해서 비행기까지 두 발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장난감을 많이 사망시켰다. 까칠한 우리 딸내미는 무슨 촉이 있는 게 분명하다. 평소 찾지도 않던 장난감도 꼭 내가 밟아먹으면 찾는다. 몇 번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그 다음부터.. 부서진 장난감은.. 다 쓰레기 통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싫어 마녀'가 가져갔다고 딱 잡아뗐다. ('싫어 마녀'는 '싫어'라는 말을 많이 하면 장난감을 하나씩 훔쳐가는 마녀다. 지금은 이 방법을 둘째한테 써먹고 있다. )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 61.9kg

둘째가 두 다리로 걷을 때쯤 내 몸무게는 61.9 kg가 되었다. 사람 몸은 참 신비하다. 둘째를 임신하기 전에 딱 61키로 정도였는데 그걸 또 몸이 기억하고 63까지는 돌아왔다. 그런데 한 2키로가 절대 안빠지는 것이다. 쓰라린 배고픔을 이기며 피자 2개 먹을 거 1개 먹고, 라면 한 개 먹을 거 반개만 먹어도 몸무게는 61.9에서 요지부동이었다. '난 별로 안 먹는데 왜 이렇게 통통한지 모르겠어요'를 주문처럼 외우며 겨우겨우 만든 몸무게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말.. 참새 모이만큼 먹어야 49-51킬로로 살 수 있다) 61.9키로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때는 그냥 죽을 때까지 이대로만 살자며 다짐했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 갑상선의 결절 발견

그런데 어느 날.. 정신이 번뜩 드는 사건이 있었으니..

태어나 처음으로 비싼 종합검진을 받던 날.. 하얀 가운을 걸친 안친절한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내 갑상선에 결절이 있다고... 참크래커처럼 담백하게 말씀하셨는데, 난 그때부터 질척거리는 인간이 되었다. 이번 기회에 보험이나 타 먹자며 '조증'이 되었다가도 암 일지도 모른다며 '울증'이 됐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리 갔다리 했다.


이후, 갑상선 전문병원을 찾아갔다. 이번엔, 친절하지만 뭔가 오일리하고 얼굴이 번쩍거리는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모양이 안 좋네, 크기가 크네.. 등의 말끝에.. '암'이란 단어를 거론하셨다. 그리고 세침검사를 했다. 결과를 들으러 며칠 후에 병원에 갔는데! 두둥!!


암이 아니다. 그냥 목에 달고 살아도 된다고 했다. 6개월마다 추적검사만 받으면 된다고... 마음 졸인 거 치고는 너무 허무했다. 하지만.. 그날.. 바로 그날.. 내 마음속 밑, 깊은 바닥에 꽉꽉 밟아 구겨 놨던 욕망이 '까꿍 나 여기 있어'하고 고개를 쳐들었다.


"나 예쁘게 살고 싶어!!! 이제부터라도!!!"


*달성한 몸무게 : 51.0kg (중학교 때 몸무게로 회귀!)

61.9kg였을 때도 막 뚱뚱하고 그렇진 않았다(내 생각이 그렇단 얘기다.. 남들 의견은 다를 수 있음). 그냥저냥 살만했는데.. 문제는 같은 돈을 내고도 예쁜 옷을 못 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하비형이라 치마나 청바지는 옷태가 정~말 안났었다. 항상 뱃살, 엉덩이, 허벅지를 가리는 옷을 찾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다이어트 수기 :

와.. 진짜.. 딱 1년 걸렸다.

*밥양을 반으로 줄이고 빵, 피자, 라면(밀가루 음식)을 끊으니 한 달 반 만에 3킬로가 빠지고 59키로가 되었다.

*정체기가 오니 .. 살찌는 음식들 중 '안 먹으면 인생의 의미가 없어지는 음식들'빼고 서서히 줄이기 시작했다.

*튀김을 끊고, 아이스크림 1년 내내 안 먹고, 저녁 6시 이후로 안 먹으니 56~57킬로가 되었다.(내 소울 푸드 떡볶이는 끝내 끊지 않았다. 안 먹으면 우울해지므로..;)

*더 박차를 가해 저녁 식단을 바꿨다. <야채샐러드&고구마+찐계란> /<야채샐러드&단호박+양배추> 등 야채 위주의 식단과 칼로리 적은 음식으로 저녁을 바꾸니 53킬로가 되었다. 기회가 되면 다이어트 식단을 자세히 공개하도록 하겠다. (이 때도 매끼니 반만 먹기, 6시 이후로 안 먹기, 칼로리 높은 과자 안 먹기, 살찌는 음식 점차 줄이기, 저녁 약속은 될 수 있으면 안 잡기, 음식 먹기 전 칼로리 확인하기 등을 실천했다)

*그리고 이 생활을 딱 1년 채우니 51.0까지 달성했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 39살에 51킬로가 되어 지금도 잘 유지하며 살고 있다.(키는 166.6이다)

51키로가 되니 44싸이즈와 55싸이즈 옷을 입는다.


여기까지가..

애들 생각만 하며 살다.. 딴생각(=내 생각)하는 어미가 되기로 한 내 다이어트 성공기였다.^^

나는 직장 생활하는 엄마라 주변 엄마들을 많이 모르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에겐 꼭 말해주고 싶다. 애들 생각만 하지 말고 딴생각(=내생각)도 좀 하면 좋겠다고...


그게 나처럼 다이어트 일 수 도 있고.. 멋찐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일 수도 있고.. 혼자만의 여행일 수도 있고 ..애들을 재우고 책읽는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뭐든지 하면 좋겠다.

그래야 뭔가 조금 억울하고.. 조금 섭섭했으며.. 조금 잃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있는 것 같다. ^^


아차차!~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77싸이즈 옷을 2019년 1월에 다 버렸다. 값 나가는 옷은 지인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헌옷 수거하는 아저씨를 불러 넘겼더니 5천원을 받았다. ㅎㅎ 옷을 다시 다~ 사느라고 1년 동안 카드 값이 어마어마 했지만 77싸이즈 옷을 몽땅 버리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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