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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한범 Feb 14. 2016

신선생의 쿰부 트레킹1

1. 트레킹을 시작하며

“네가 나를 길들이면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라는 여우의 말처럼 히말라야와 한 번 관계를 맺으면 히말라야를 몰랐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여우가 밀밭에서 ‘어린왕자’를 떠올리듯, 저는 일상에서 ‘히말라야’를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15년 전, 히말라야와 인연을 시작하여 8번을 다녀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히말라야를 찾는 사람들은 ‘클라이머’와 ‘트레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머는 6,000미터 이상의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트레커는 히말라야 산기슭을 걸으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을 접하며 살아온 날에 대한 반성과 살아갈 날에 대한 희망을 갖기 위해 산을 걷는 사람들입니다.    


히말라야 3대 트레킹 코스    


  네팔에는 대표적인 3대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를 품고 있는 ‘쿰부 히말라야’, 네팔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랑탕 히말라야’ 그리고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히말라야’입니다.      


  트레커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안나푸르나입니다. 안나푸르나에는 자신의 체력과 시간을 고려한 푼힐,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 그리고 안나푸르나 라운딩 같은 다양한 코스가 있습니다. 안나푸르나의 매력에 빠진 트레커는 랑탕을 거쳐 세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 트레킹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15년 동안 8번에 걸쳐 3대 트레킹 코스를 모두 경험하였습니다. 4번은 나 홀로 트레킹이었고 나머지는 일행과 함께하였습니다. 동행 여부와 관계없이 히말라야는 혼자 걷는 곳입니다. 다른 사람의 걸음을 의식하면 고소가 올 수 있습니다. 오직 히말라야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걷습니다.    


산과 삶이 다르지 않은 곳    


  히말라야 해발 3,000미터까지는 마을과 주민들의 삶이 펼쳐져 있습니다. 밭을 갈고, 나무를 하고, 감자를 심는 젊은 부부의 모습까지 산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어우러져 있습니다. 양지바른 처마 아래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노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때가 덕지덕지 붙은 동네 개구쟁이들이 장난을 걸어오는 곳이 히말라야입니다.  


  전망 좋은 곳에 어김없이 자리 잡은 롯지(숙소)는 지친 트레커들의 쉼터입니다.  음식을 주문하면 샤우니(안주인)는 느릿느릿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바구니를 들고 요리에 사용할 채소를 뜯기 위해 텃밭으로 나갑니다. 트레커는 등산화를 벗고 휴식을 취하거나, 마을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우리는 적응하기 힘들지만 히말라야에서는 재촉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짧은 시간에 고도를 높이게 되면 자신의 몸이 외부 기압에 적응하지 못해 ‘고산병’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고소가 오면 걸음을 멈추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만 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 인생에서 ‘천천히’는 낙오를 의미하지만 히말라야에서는 세상과 달리 ‘천천히’가 순리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  


  히말라야에서는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모든 것이 소중해집니다. 차 한 잔, 컵라면 한 개, 따뜻한 방 등 평소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이 감동과 감사로 다가옵니다. 허술한 롯지는 난방이 되지 않으며 희미하게 밝혀 주던 전기도 밤 열 시가 되면 슬며시 꺼집니다. 잠들지 못한 밤, 몇 번이고 헤드 랜턴으로 시계를 보지만 새벽은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세상에 두고 온 인연들이 생각나며 원수까지도 그리워집니다.  


     

  히말라야를 걷는 것은 무엇을 얻거나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 탐욕을 가지고는 산을 오를 수 없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쌓아온 욕심을 비움으로써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걸어야 히말라야의 장엄한 설산과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신들의 인사, “나마스테”  

  

  고도가 높아질수록 말은 줄어듭니다. 히말라야의 장엄한 봉우리는 말을 잊게 만듭니다. 모두들 자신의 발자국 소리만 들으며 묵묵히 걷습니다. 눈을 들면  히말라야 연봉들이 병풍처럼 버티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출발한 곳은 세인포티아 꽃이 만개한 봄이었는데 지금은 자국눈 내리는 겨울입니다. 4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곳이 히말라야입니다.    


  가이드가 손짓으로 정상 도착을 알리는 순간에도 트레커들은 조용히 침묵합니다.  고요함 속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숙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나마스테”  

  

  나마스테는 "내 안에 있는 신이 당신 안에 있는 신에게 인사드립니다."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사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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