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더 이상은 싫어요
9화 - 더 이상은 싫어요
화장실 문을 열고 나선다. 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아니다. 힘을 내자.'
뚜벅, 뚜벅...
내 모습이 보이자, 사장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온다.
"시영아, 괜찮아? 왜 그래? 손님 몇 분 와서 내가 다 해결했어. 오랜만에 커피 만들려니까 긴장 좀 했지.
하하, 농담이야. 웃으라고..."
"뭐야? 너 왜 그러고 있어? 나 좀 무서워지려고 한다. 그리고 왜 소리 질렀어? 나 정말 쫄았잖아. 너 그렇게 큰소리도 지를 줄 아는 놈이었구나?"
"와, 이제 어린애 취급도 못 하겠네. 무섭다, 무서워... 야. 너 왜 그래? 진짜 어디 아픈 거야?"
"... 아니에요."
나는 웅얼거리듯 대답했다.
"응? 뭐라고?"
그가 고개를 가까이 들이민다.
"아니라고요."
좀 더 큰 목소리로 말한다.
"아, 씨. 깜짝이야. 너 목소리 크다. 뭐, 안 아프면 됐어. 무슨 일 있어? 나 가봐야 하는데, 자리에 앉아봐. 빨리 끝낼게. 오늘은 가게 좀 일찍 닫고 쉬어. 특별히 허락할게."
그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나도 조용히 그 맞은편에 앉는다.
"시영아. 너 잘해주는 거 형이 잘 알지. 근데 눈에 보이는 숫자가 있어. 그게 줄면 사람이 쫄아. 쫀다고. 그 숫자가 계속 줄면, 앞으로 길이 안 보여. 미래가 없어진다고."
"너 사장 만들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잖아. 근데 이렇게 해선 안 돼. 방학이라고 해이해져 있지 말고, 홍보하고, 리뷰 달고, 손님 없다고 놀지 말고... 알지?"
사장형은 멈추지 않고 말을 쏟아낸다.
지금에서야 선명하게 들린다.
저 말이 나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왜 나는 그동안 상처받고,
늘 내 탓이라 생각했을까?
왜 '내가 부족한가' 하고 괴로워했을까?
왜 지금에서야, 이 말들이 진짜 의미를 드러낼까?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 안에 눌러두었던 말들을 하나씩 꺼낸다.
"싫어요."
"뭐?"
"싫다고요."
"응? 뭐가 싫다는 거야?"
나는 또렷하게 말했다. 말마다 쌓여 있던 감정이 터져 나온다.
"더 이상 이렇게 일하기 싫어요. 부당해요. 혼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것도, 교대 알바가 없어서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쉬는 것도, 카페에서 계속 살게 만드는 것도, 매출이 줄면 내 탓이라고 말하는 것도, 나 혼자 죽어라 일하는 것도, 쥐꼬리만 한 월급 받는 것도... 다 싫어요.‘
"그리고... 카페 사장 시켜주겠다는 희망고문도, 이젠 진절머리가 나요. 이제...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