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pring

10화 – 나의 계절

by 도도예

10화 – 나의 계절


나는 말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늘 주눅 들고, 소심하게 뒤로 물러섰던 나는 이제 이 자리에 없다.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잔뜩 붉어진 얼굴엔, 익숙하던 그 '착한 미소'가 사라진 상태였다.


"뭐! 뭐라고? 지금 이게 무슨 막말이야? 그동안 내가 널 어떻게 대했는지 너도 알 거 아니냐? 내가 친동생처럼, 아끼고 챙겨줬다고! 카페도 준다고, 사장시켜준다고 약속했는데... 뭐? 지금 뭐라고?!"


"어차피 안 줄 거였잖아요. 카페."


"응? 무슨 소리야. 내가 안 준다고? 누가 그래? 와, 이게 어디서 이상한 소리 듣고 아주... 미쳐버렸구나?"


"네, 들었어요. 아까, 사장형이 밖에서 통화하는 소리. 다 들었어요."


"뭐? 그걸... 들었어? 하, 씨..."


그 사람은 머리를 거칠게 헝클이며 욕설을 뱉었다.

커피를 벌컥 들이켰다. 한참 동안 "아, 씨... 아, 씨..."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봤다.

그가 뭐라고 말할지 기다렸다.

얼굴의 붉은 기운이 빠지고, 표정이 평온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야, 똑바로 들어. 그래, 아직은 너한테 카페 줄 생각 없어. 근데 나중에, 진짜 나중에 잘되면 준다고. 이 카페가 잘~ 되면 그때 진짜 줄 생각이었어."


"네가 아까 무슨 통화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막말하면 나 진짜 속상하다. 내가 너 얼마나 챙겼는데. 너도 알잖아."


"너 학교 행사, 상담, 졸업식… 너희 부모님도 안 오셨잖아. 누가 갔어? 나야. 너 내 동생처럼 생각했단 말이야."


"전화는 그냥... 친구끼리 격한 말한 거야. 그런 거 갖고 너무 맘에 담아두지 마라. 응? 야, 표정 좀 풀어.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너도 알잖아."


그는 쉴 새 없이 자기 말을 쏟아냈다. 마치 이 상황을 지워버리기라도 하듯.


"지금 문 닫자. 너 쉬어. 생각 좀 해. 내가 너한테 어떤 존재인지. 불은 내가 다 끄고 갈게. 연락할게."


그 사람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매장의 불을 모두 끄고 문을 나섰다.

'CLOSE'로 팻말을 뒤집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유유히 가게를 떠났다.


나는 꼼짝도 못 한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내가 잘못 들은 걸까? 그동안의 내가... 다 오해였던 걸까? 카페를 준다는 게... 그런 뜻이었다고? 이게 말이 돼?‘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다.


'내가 과연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 진실을 마주한 게 맞기는 한 걸까?'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맴돌고, 맴돈다...


'그래. 나는... 사장형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된 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정리했다. 그리고 익숙한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침대와 옷장만이 가득한 좁은 공간. 침대에 몸을 뉜다.


의외로 편안하다. 이곳이 '내 자리'라는 듯이...


... 아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나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더 이상 순진한 청년이 아니었다.

현실을 아는 얼굴. 무언가를 선택할 줄 아는 눈빛.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생애 처음, 내 의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노동청이죠? 신고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봄은 끝났다. 이제, 나의 계절이 시작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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