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8씀
2021년을 살고 있는 지금, 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에 양현종이 뛰고 있다. 기아타이거즈에서 14시즌을 뛰고 대투수의 칭호를 얻으며 한국야구의 레전드가 되어가던 양현종은 거액의 연봉과 안정적인 자리를 뿌리치고 꿈을 향해 한 발 나아갔다. 모두가 걱정했다. 이미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고, 전년도 성적조차 월등하지 못했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시장 자체가 위축되어있던 탓에 결코 쉽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양현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초청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켐프에 참석한 양현종은 40인 로스터에 들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했다. 텍사스가 워낙 투수층이 얇았던 터라 조금은 기대를 해봤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라고, 모두들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탓에 양현종에게 쉽게 기회가 올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로 양현종은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대신 양현종은 택시 스쿼드에 들며 예비 전력으로서 남았다.
하지만 쉽게 기대를 저버릴 순 없었다. 개막 하자마자 텍사스 투수들안 난타를 당하며 이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개막하고 한 달뿐이 안 지났는데 텍사스 투수진은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당연하다. 선발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거의 매 경기 불펜 소모가 많았고 그 만큼 일찍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양현종에겐 오히려 기회였다. 불펜의 빵꾸가 점점 커질수록 텍사스는 더 많은 투수를 필요로 할 테고 결국 양현종에게까지 기회가 올 게 분명했다. 그 기회를 양현종은 놓치지 않았다.
4월 26일 에인절스와의 경기를 3시간 앞두고 양현종은 급히 콜업되어 빠르게 글로브라이프필드로 향했다. 텍사스는 그날도 여지없이 선발이 털렸다. 3회가 끝나기도 선에 선발은 7실점을 하며 강판당했다. 그 뒤로 양현종이 등판했다. 양현종은 2루수 뜬공으로 깔끔하게 3회를 마무리하며 메이저리그 입성의 신호탄을 쏘았다. 그 뒤로 4이닝을 더 던졌다. 7타자를 연속으로 범타처리를 하는 등의 활약을 보였고, 무려 데뷔전에 구원투수로서 선발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선발보다 적은 실점의 피칭을 선보였다.
코리안리거들의 활약상을 볼 때마다 야빠로서 너무 행복했지만 동시에 갸빠로서 내심 부러웠다. 양현종도 저기에 있었으면, 하고 말이다. 그 부러움을 양현종이 직접 없앴다. 글로브라이프필드의 마운드에 두 발을 디디며 힘차게 뿌린 공이 부러움을 깨트렸고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냥 마운드 위에 올라선 것만 해도 행복한데 심지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졌다. 특히 한국에서 보였던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앞으로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까,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어차피 빵꾸 투성이의 텍사스 선발진. 텍사스가 가장 원하는 투수는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투수일 것이다. 그래야 아무리 시즌을 놓았다 해도 장기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으니까. 그런 텍사스에게 한국에서 근 7시즌동안 170에서 200이닝을 소화한,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빵꾸선발보다는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이닝이터의 양현종은 필요가치가 높은 선수일 수밖에 없다.
4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양현종은 총 4번의 등판을 하며 16이닝을 소화,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양현종은 본인 스스로 그 쓰임새와 가치를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선발투수로서의 기회는 언제 또 주어질 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구원투수로서는 꾸준히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도의 활약을 해주는 선수도 텍사스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빅리그에 입성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고단하고 외로운 인내의 연속이었을 테다. 양현종은 그 시간을 오로지 꿈 하나로 버텼다. 불투명한 미래에도 좌절하지 않고 불안정한 자리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또 버텨서 얻어낸 결과이다. 모두가 안 될 거라 말했지만 끝끝내 양현종은 해냈고 미소를 지었다. 그 뜨거운 열정에 감히 응원을 보내려 한다. 한 줌도 안 되는 갸빠의 응원이지만 뭐, 갸빠는 많으니까. 그 한 줌이 모이고 모여 큰 바다를 이룰 테고 그럼 양현종에게는 바다만큼의 응원이 도착하겠지. 그 커다란 응원, 괜히 겸손 떨지 말고 온몸으로 받기를 바란다. 온전히 그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끝없이 발전하고, 지난한 시간을 견디고, 고통을 삭여온 당신의 몫이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로지 당신의 것이니 마음껏 즐기고 만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