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5씀
팀 내 갈등으로 물의를 빚은 IBK 기업은행의 김사니 감독 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 코치로서 팀을 하나로 통솔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폭행 혐의로 징계를 받은 대한항공의 정지석이 코트에 복귀한다. 무죄 판결이 아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음에도 복귀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둘 다 물의를 저질렀지만 한 사람은 코트를 떠나고, 한 사람은 코트로 돌아온다. 잘못에 있어 경중은 없다지만 분명히 경중을 나누는 듯하다. 그 기준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의의 정도를 따진다면, 이 같은 결과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테다.
내분은 분명히 큰 문제다. 6명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게임이 진행되는 스포츠에서 팀이 하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종목의 근간 자체를 흔드는 일이다. 팀 스포츠에서 팀이 없으면 당연히 게임은 진행될 수가 없다. 이는 한 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리그의 문제로 번져나간다. 팀 케미가 흐트러진 팀이 좋은 경기력을 보일 리 만무하다. 저하된 경기력의 게임이 반복되면 보는 사람들도 지쳐 떠나버릴 수도 있다. 관심은 장담된 것이 아니다.
많은 배구인들이 이번 IBK 기업은행 사태에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쿄 올림픽으로 끌어올린 인기를 잘 지켜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리그를 정의롭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렇다면 정지석의 복귀에도 당연히 목소리를 높였어야만 했다.
팀 내분은 정말 큰 문제이지만, 범죄는 아니다. 감독과의 불화로 팀을 이탈했다고 해도, 권력싸움으로 감독을 밀어내려 했다고 해도 법적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처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지석은 다르다. 정지석은 분명히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교제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했음을 본인 역시 인정했다. 경중을 따지자면 정지석의 물의가 더욱 중하다. 그럼에도 이를 비판하는 배구인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IBK 기업은행 사태가 발생하자 다른 여자배구팀 감독들은 일제히 김사니 감독 대행과의 악수를 거부했다. 배구판의 물을 흐린 자에 대한 항의의 의미였을 테다. 그 항의를 정지석에게는 왜 보이지 않았던 걸까. 서로 다른 부여서 터치하지 않는 거라면 김요한 역시 ‘급’ 발언은 하지 않았어야 한다. 물어본 것에 그저 답변을 할 뿐이라면 대한항공 감독 역시 ‘워낙 잘하는 선수’라는 워딩은 뺐어야 한다. 언론 역시 굳이 나서서 ‘맹활약’, ‘악마의 재능’, ‘트리플크라운급 활약’,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경기력’ 등의 수식어로 정지석의 이름을 꾸미지 않았어야 한다.
아직 모든 것이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팀 내분에는 분개하면서 공식적인 기소유예 처분까지 받은 사람의 복귀에는 침묵하는 것이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미국 대표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피스트에 오른 4명의 선수 중 한 명만이 검은색 마스크를, 나머지 세 명은 분홍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분홍색 마스크의 의미는 분명했다. 성범죄 혐의가 있는 검은색 마스크 선수 합류에 대한 항의. 범죄자와는 같은 팀이 되기 싫다는 표식. 아무리 국가대표로 묶여있다고는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니까. 그들은 철저히 검은색 마스크와 분리되길 원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올림픽 무대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동했고, 그들의 행동에 사람들은 응원을 보냈다.
최근 남자배구 인기와 관련된 기사를 자주 접했다. 요지는 여자배구에 비해 남자배구 인기가 너무 떨어졌다며, 어떻게 올려야 할까 고민하는 것이었다. 답은 간단하다. 남자배구판에 있는 검은색 마스크를 철저히 분리하면 된다. 같은 식구라고 해서, 잘한다고 해서 껴안아주는 것이 아니라 차갑게 내치면 된다. 온정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봐야 한다. 여자배구판의 검은색 마스크를 내보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람들의 응원과 관심을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