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4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여정이 끝났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지만 원하던 목표를 이뤄냈고, 강팀과의 승부에서 큰 점수 차로 패배를 했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 그 자체가 중요한 걸 보여줬기에 대표팀을 향한 아낌없는 응원과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가 이처럼 따뜻하게 바뀌었다. 숫자로 기록된 결과를 넘어 그들이 흘려왔던 땀방울에 집중하고, 그들이 만들어왔던 서사에 감동한다. 패배했더라도 그에 비난을 쏟아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로 인해 아파할 선수들을 더 위로하려 한다. 과거의 악습이 완전하게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잘못이란 걸 알고 있기에, 함부로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향해 경고를 울리고 선수들을 감싸주곤 한다.
내년 3월, wbc에 출전할 야구 대표팀에게도 따뜻한 응원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 이런 글을 쓰면서도 찔리는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일단 나부터가 문제다. 야구 일기를 쓰며 매 시즌, 매 경기를 할 때마다 욕을 달고 살던 놈이 감히 욕 대신 응원을 보내달라고 하는 게 자가당착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지는 실컷 욕 해놓고 남에게는 응원을 바라는 게 과연 설득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야구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더 큰 문제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금 야구는 음주 운전이니, 학교폭력이니, 매번 사건 사고나 일으키는 주제에 연봉은 산더미처럼 받아 가면서 몸 관리도 안 하고 국제 대회에서의 성실성은 군 면제의 유무로 달라지는 나쁜 스포츠가 되어버렸다.
야구판이 난장판인 거, 누구보다도 팬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얼룩들이 전부는 아니다. 국제 대회에 나가는 게 망신일 정도로 많은 선수들이 엉망인 건 아니다. 대부분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성실한 선수들이며, 그런 선수들이 잘하기에 대표팀으로 선발되고, 선발된 선수들은 모두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 돈 많이 벌었다고 간절하지 않은 거 아니고, 군 면제받았다고 절실하지 않은 거 아니다. 몸 날려 공을 잡고 한 베이스라도 더 가기 위해 전력질주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야구장에 들어선 이상, 모두가 투지를 가지고 뛴다.
다른 많은 종목의 선수들이 그렇듯, 야구선수들도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펼친다. 그럼에도 야구의 최선은 잘 인정받지 못한다.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야구의 최선은 최선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승리를 가져오면 야구하는 나라가 얼마나 된다고 이기는 게 당연한 걸로 유난이라며 비웃고, 지게 되면 그 전력으로도 지냐며 야유가 쏟아진다. 많은 사건 사고로 인해 야구를 싫어하는 것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이해한다. 나도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빡이 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치만 야구를 제외한 많은 종목의 경우, 사건 사고가 있다고 해서 그들이 대표팀을 꾸렸을 때까지 비난하진 않는다. 국가대표이니까 다들 다치지 말고 후회 없이 플레이하기만을 바란다. 야구도 이렇게 봐주면 좋겠다. 야구 대표팀도 국가대표니까 다들 다치지 말고 후회 없이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격려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야구에 대한 욕은 평상시에 계속 들어왔으니 대표팀으로서 대회에 나갈 때만은 응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지더라도 원색적인 비난은 안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패배해도 괜찮다며, 흘려온 땀방울이 값진 거라며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종목의 대표팀처럼 야구도 조금은 아껴주면 좋겠다. 야구도 사람이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