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야, 누가 뭐라 해도 넌 최고의 파이어볼러이자 기아타이거즈의 미래야.
그러니까 기죽지 말고 고개 숙이지 말고 어깨 펴고 당당하게 걸어라.
이의리야, 나는 너가 볼넷 내주고 안타 쳐맞는 걸 볼 때보다 너가 기죽은 얼굴로 마운드로 향하는 걸 볼 때가 더 힘들다. 그 표정을 볼 때마다 정말 너무 힘들다. 맹목적인 응원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자신감을 볼 때마다, 무조건적인 지지에도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을 볼 때마다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경기는 제대로 챙겨 보지도 못하겠더라. 이 팀이 너에게 지운 그 부담이 오늘따라 너무 커 보여서. 1구 1구 투구하는 거 자체가 이제는 조금씩 버거워 보여서. 잘해주길 바라면서도 그렇게 바라는 것 자체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루키 시절부터 너무 잘해줘서 해마다 자꾸 그 이상을 바라게 됐지만 생각해 보면 너도 이제 겨우 3년 차인데. 어디 가선 막내 대접을 받을 놈이 벌써부터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에 눌려서 군소리도 못 내고 그 모든 압박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것 같아서. 올 시즌은 참 보는 팬들에게도 너무 고통스러운 시즌이다.
스스로 이겨내주길 바랐지만,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을 거야. 절대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을 거란 걸. 문제점을 알고 있더라도 그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걸.
이의리야, 네가 좋았던 건 그 무엇보다도 당당함 때문이었어. 만루 상황에서도 강한 속구로 삼진을 잡아내는 것. 홈런을 맞아도 허허 웃으며 바라보는 것. 크게 무너진 날에도 편하게 잠을 잘 잤다고 말하는 것. 고교 시절의 노력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음을 자부하는 것. 그 모든 장면이 너의 당당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라서 좋았어.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는 것이 좋았고, 그 능력을 토대로 자신감 있는 태도가 좋았어.
그래서 요즘의 이의리를 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언제나 겁 없이 돌진하고 당차게 던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운드 위에서 여유는 잊은 듯이, 모든 순간을 쫓기는 것처럼, 두려움에 휩싸인 것 같아 보이는 이의리의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어.
이젠 걱정이 된다. 루키 시절의 그 당당함을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질까 봐. 위풍당당하고 해맑은 이의리를 마운드에 점점 더 보기 어려워질까 봐.
이의리야, 지금이 너무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는 꼭 알고 있으면 좋겠다. 갸빠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응원한다고. 제구가 흔들려서 볼넷을 내주고, 긴장감에 휩싸여 폭투를 던지고, 힘이 빠져서 실투가 나오고, 그 실투에 안타를 맞고, 당장의 상황과 결과에 실망해 잠깐은 너가 미울 때도 있지만, 갸빠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이의리를 응원한다고. 너가 풀 죽은 표정으로 덕어웃에 앉아있고, 웃지도 않고 멍한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고, 그 모습에 답답할 때도 있지만, 갸빠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이의리 너를 응원한다고.
너는 기아타이거즈의 이의리니까.
이겨내달라는 말은 못 하겠다. 너에게 지금이 얼마나 큰 부담이고 거대한 시련인지 느껴지니까. 힘을 내달라는 말도 못 하겠다. 너가 지금에 서있기 위해 얼마나 큰 힘을 쓰고 있는지 느껴지니까. 그래서 그런 잔인한 말들은 차마 하지 못하겠다.
그치만. 그래도. 잘 견뎌줬으면 좋겠다. 극복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뚫어내려고 노력하지도 말고. 넘어지면 무릎을 툭툭 털어내고, 쓰러지면 천천히 다시 일어서고, 그냥 그렇게. 지금을 잘 버텨주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 지나가있을 거라고, 다시 야구가 즐거워지는 때가 있을 거라고, 그냥 그렇게. 믿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
이의리야, 온 마음을 다 해 응원한다. 너가 다시 마운드 위에서 웃는 그날까지. 웃으면서 마운드 위를 내려올 수 있는 그날까지.
너는 기아 타이거즈의 자랑스러운 이의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