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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Jan 04. 2024

수학 공부가 재밌다고?

Thanks to Numberblocks

 작년 9월, 첫째가 만 4세가 되었을 즈음 이런저런 계기로 아이들의 영상 시청 시간을 늘렸었다. 당시 첫째가 푹 빠져 우리 집에 숫자 열풍을 불고 온 영상은 "Numberblocks" 넘버블럭스였다. 

출처: https://www.learningblocks.tv/numberblocks/home


 이는 영국 BBC의 어린이 채널 CBeebies에서 방영한 영유아 교육용 CGI 애니메이션 TV 시리즈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방영하였으며, 2024년생 새로운 시리즈들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대기 중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무료로 시청이 가능한데, 한국 공식 채널도 있어 더빙 영상들도 볼 수 있다. 두 아들은 영어로 된 영상을 거부감 없이 접하고 있어 넘버블럭또한 영어로 시청했고, 이는 영어와 수학을 동시에 익히는 경험이 되었다.

구독 중인 넘버블록스 유튜브 채널


 숫자만큼 블록이 모여 있는 넘버블럭들은 행운의 무지개 7, 문어발 8 등 각 숫자에 어울리는 특징을 가진다. 블럭들은 서로 합쳐지고 분리되며 심지어 마법의 거울로 복사도 가능하다. 단순한 수 세기나 덧셈과 뺄셈을 넘어, 짝수와 홀수, 제곱수, 삼각수, 이진법이나 십진법과 같은 심화 개념도 흥미롭게 다룬다.


 어찌나 재미진지! 나도 아이들만큼 푹 빠져 보고는 한다. 내가 학창 시절 때 알았더라면 좀 더 오래 수학을 재밌어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정도다. 이런 재미를 나만 느낀 것은 아닌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마니아층이 많아 보인다. 당장 유튜브만 해도 팬들의 2차 창작물들넘쳐난다. 관련된 학습자료도 넘쳐나 홈스쿨링 주제로도 자주 쓰이는 모양이다. 나만의 노하우랍시고 정리하면서 검색해 보니 이미 노련한 엄마들이 질서 정연하게 적어둔 블로그 글이 많았더랬다.

참고링크:

넘버블럭스 유튜브 영상들을 순서에 맞게 정리한 재생목록

넘버블럭스 관련 자료 (앱, 놀이 및 학습 자료 등)  정보

 


Thanks to Numberblocks


 어느새 영상에서 보고 들은 영어가 아이들 입에서 줄줄 나왔다. 첫째가 끄적이고 놀이하는 내용에는 수학 개념들이 넘쳐났다.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라며 경계가 풀려버린 탓에, 하루에 20분이던 시청 시간이 야금야금 늘어 한 달쯤 지나자 1시간이 되어 있었다.


 첫째의 숫자 사랑은 계속되어 유치원 친구들까지 전도했는지 한동안 반에서 숫자 쓰기가 유행이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도 들려왔다. 첫째가 선생님께 "엄마가 천문학자가 되려면 수학을 먼저 잘해야 한다고 했어요"라고 했다며 수학에 진심이란 말을 덧붙이셨다.


 우주를 좋아하는 첫째는 천문학자가 첫 장래 희망이었다. 여느 아이와 같이 관심사가 늘면서 장래 희망도 여러 갈래 뻗어갔다. 미래 김박사님의 희망 연구 분야가 확장되며 질문이 늘어 갔고, 답의 수준이 나를 넘어서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 시작했다. 궁금증을 풀어주고 답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겠다 싶어 수준에 맞게 차근차근 학습할 것을 조언하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가 과학의 기초인 수학 선행의 중요성 강조였다. 그리고 그즈음 넘버블록스를 만나 긍정적인 학습 정서를 키운 것이 효능감을 견고히 쌓게 한 수가 되었다.


 첫째는 자신이 훌륭한 학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자부했다. 심지어 수학 공부가 너무 재미있단다. 그런 첫째에게 "우리 아들은 재미없을 때도 노력해서 재미를 찾는 아이라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나의 바람이었다.


 그래, 아무리 넘버블럭스가 수학을 가르쳐주는 세상이라지만 어떻게 공부가 언제나 재밌을 수 있겠어?! 훌쩍 큰 아들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날을 만나면 오늘의 몰입과 학습 속에서 느낀 이 즐거움이 기억났으면 한다.


 학자고 박사고 뭐고 안되면 어때?! 그저 무언가 되고 싶어 재미없게 전력 질주하기보다 "어떤" 00이/가, "왜" 되고 싶은가 진심으로 사유하며 천천히 걷길 바라본다.



2023년 10월 17일 작성, 2024년 1월 3일 수정, 건강한 학습정서가 지속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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