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구의 이별을 함께하지 못한 후회

죽음을 겪은 생명에게

by 한솔

브런치에서 “진희에게”라는 글을 보았다. 첫째, 둘째 문장에 이미 마음을 뺏겨 하트를 누르고 한 글자 한 글자가 아까워 꼭 꼭 씹으며 읽었던 아름다운 편지글이었다. 마지막 즈음 작가님 아버지 장례식에 찾아온 친구가 담담히 꺼냈다던 말과, 그로 인해 감사할 힘을 다시금 얻었다던 이야기에는 울컥 눈물이 나왔다. 죽음을 경험한 나의 인연들이 떠올라서였다.


https://brunch.co.kr/@if2were5/332

진희에게 by 지구 사는 까만별


중학교 1학년 때 내내 붙어 다니던 친구들 중 두 명이 코로나 시기에 상을 겪었다. 하나는 병원서 오래 모신 어머니를 떠나보냈고, 하나는 코로나 판정을 받으신 부모님 두 분과 갑작스럽게 이별하였다. 후자의 경우 지금처럼 한 해의 끝인 12월이었다. 첫 동갑내기 친구 부모님 장례였고, 두 분을 모두 여읜 것은 지금까지도 유일하다.


당시 어린 두 아들과 거센 코로나 바람이 핑계가 되어 안 그래도 먼 장례식장의 물리적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들었다. 지금 이 시국에, 지금 네 상황에, 오긴 어딜 오냐던 전화 너머 친구의 목소리에 내심 안도했던 내 과거가 얼마나 후회되나 모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갔어야 했다. 더욱 적극적으로 그 이별에 동참했어야 했다.

그 이후 다시 12월이 되고 차가운 바람이 불면 '연말'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보다 친구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할머니 집에서 보낼 겨울방학을 기대하는 두 아들을 보며, 조부모와 함께 살았던 친구의 아들이 생각난다. 올겨울, 부모님 냄새가 밴 이불이 너무 헤져서 버리며 울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그날 장례식장에 갔어야 했다고 다시 한번 사무치게 후회하며 엉엉 울었더랬다.


"진희에게"라는 글을 읽으며 '아 난 친구에게 절대 진희가 될 수 없겠구나'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또 엉엉 울었다. 그날 밤에 함께 있어 주지 못했음이 절대 바뀔 수 없는 사실이라 슬펐다. 그러다 문득 바꿀 수 있는 오늘과 내일에 진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였다. 내가 네게 감사할 힘을 줄 수 있을까. 감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래, 지금처럼 이렇게 함께 있자. 내가 사는 것을 보이고 네가 사는 것을 보며 함께 살아자가. 부모님은 너무 멀-리 계시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함께 살아가는 친구가 있다고, 그래서 감사할 힘을 얻는다고, 네가 그렇게 여길 수 있는 친구로 남길 희망해 본다.


2023년 12월 22일, 우연히 읽은 편지가 낳은 반성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옛 인연, 오늘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