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아침에 항상 건너는 집 앞 건널목에서 자주 마주치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170cm정도의 키에 깡마른 체구는 어느 모로 보나 외소하고 힘이없는 모습이다. 그는 내가 영~ 지각을 하는 날이나, 모처럼 일찍 나오는 날에는 결코 마주치는 법이 없다. 출근시간에 딱 맞춰 나가면 여지없이 건널목 맞은편에서 신호를 대기하고 서있는 이 시계 같은 남자가 눈에 익숙해진 것은 일 년쯤 되었다.
몸을 좌우로 흔들듯 발걸음을 옮기는 걸음걸이와 구부정하게 앞으로 말려있는 어깨는 그의 척추 건강이 안녕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안녕하지 못한 척추 때문인지, 쳇바퀴 같은 일상 때문인지 미간에 깊게 자리 잡은 세로주름은 그를 늘 화난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입술 끝 근육을 아래로 끌어당긴 입매와 탁한 눈빛이 지친 인상에 한몫을 보탠다.
검버섯과 거무튀튀한 잡티로 뒤덮인 이 남자의 어두운 낯빛은 이른 아침에 어울리지 않는 피로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출근용 정장과 운동복의 중간쯤 되는 애매하게 낡은 그의 옷차림은 오늘에 대한 기대가 1도 없는 중년의 아버지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저 월급 때문에 지친 몸을 일으켜 진저리 치게 싫은 일터로 향하는 고단한 이들이 떠올라 버린다.
물론 그가 매일 아침마다 그렇게 화가 난 얼굴로 이 건널목을 건넌 다음에 어디로 향하는지, 나는 한 번도 고개 돌려 시선으로나마 뒤쫓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그도 나처럼 출근을 하는 중일 거라는 내 상상은 엉터리일 수 도 있다. 그래도 맞은편 건널목에 서서 그를 마주 보고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는 잠깐의 시간 동안 나는 그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긍정의 기운이 그에게 가 닫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그가 한 번쯤은 웃는 낯으로 건널목을 건넜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마음을 남몰래 건넨다. 여하튼 그는 출근길 이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