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최재천 / 김영사
깨어 있는 동안 쓸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애써 잠을 청하거나,
게임이나 스포츠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며
멍 때리고 있는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너무 열심히 살고 있다.
행복하기 위해 게으름을 피워야 하는 게 아니라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 행복해야 한다.
'최재천의 공부 / 최재천 / 김영사'
토요일 오후. 까만색 글씨 앞에서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느라 애쓰는 내 눈꺼풀의 짐을 덜어주어야 했다. 이른 아침부터 동동거리며 회의를 하고 온 내 육신에 대한 작은 배려라 생각하며 무거운 머리를 베개에 뉘었다. 토요일 오후에 즐기는 낮잠이 얼마만인지.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낯설고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눈을 떠 보니 어느새 밤이다!
잔뜩 쌓인 설거지, 세탁기 속 빨래, 쿠팡맨이 가져다준 택배 상자들, 몇 장 읽다 말고 던져놓은 책들과 눈이 마주친다. 밥시간을 놓친 아이의 투정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주말의 숙제들이다. 나는 학생도 아닌데 어디서 이렇게 꼬박꼬박 숙제를 받아오는 것일까?
숙제를 주는 것도 숙제를 하는 것도 '나'인데 투정은 '나'말고 다른데 부리고 싶은 심보는 어째야 할까? 엄마가 피곤하면 집 안 공기는 단박에 냉랭해진다. 반려견 '우주'도 내 컨디션을 알아채고 멀찍이 떨어져 있다. 깨어있는 동안 쓸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할 일 없이 심심해서 즐기는 낮잠이 그리운 날이다.
달력을 흘끔 보니 5월은 쉬는 날이 많다. 멍 때리며 게으름을 피우기 좋은 날로 가득한 5월을 상상하며 청소를 했다. 그냥 생각만 했는데도 기분이 나아진다. 도대체 얼마나 행복해져야 게으름을 즐길 수 있는 걸까? 너무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대한민국에서 허용되는 게 맞는가? 직장인에게 휴일은 게으름을 피워야 하는 날이라고 누가 법으로 좀 정해줬으면 좋겠다.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것은,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패배나 도태의 반대말이 아니라 쉼이나 휴식, 행복과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누가 좀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자꾸만 빼곡한 일상을 만들어 내는 나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게 되는 날 나는 게으른 낮잠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