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글/올리비에 탈레크 그림/한울림어린이

by 느닷

저는 이번 주에 수험생 엄마 코스프레를 조금 하고 있습니다. 내일모레는 큰아들님의 수능일이거든요. 참고로 대학 따위는 가고 싶지 않다며 당당히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던 녀석입니다. 아들이 대학에 안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해 본 적이 없었지만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3이 되더니 취업준비는 않고 갑자기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녀석이 다시 대학에 가겠다고 할 줄도 미처 예상치 못했지만 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기 전형으로 수시도 몇 군데 넣고 경험 삼아 수능도 보겠다 하길래 그러라 했습니다. 엄마는 응원해 줄 뿐, 선택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구요. 삶은 끊임없이 흘러가지만 계획대로 되는 법도 없고, 예상대로 되는 법도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 배우며 엄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인생에서 불변의 명제가 있긴 합니다. 바로 ‘죽음’이지요.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알지만 왠지 영원히 나중의 일인 듯 무관심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가 불쑥 찾아오는 ‘죽음’ 앞에 예상치 못한 오열을 쏟아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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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져온 그림책 ‘무릎딱지’를 소개하려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책은 이렇게 다짜고짜 엄마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마치 누군가의 부고가 날아들 때처럼 갑작스럽게 말입니다. 주인공 아이는 엄마의 죽음 앞에서 분노를 표현합니다. 부정도 했다가 그리워도 했다가 폭발하고 집착합니다. 엄마의 냄새가 빠져나갈까 봐 창문과 문틈을 꼭꼭 막아버리고,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하기 위해 입을 닫습니다. 무릎에 상처가 날 때마다 들리는 엄마 목소리를 다시 듣기 위해 무릎에 딱지가 앉을 때마다 손톱으로 뜯어냅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눈물이 너무 나서 좀 힘들었습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엄마를 기억하고 죽음을 겪어내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서늘해지더라구요. 만약 내 아이가 이렇게 홀로 남겨진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나는 지금이라도 무엇을 말해주어야 하는가? 혹시 나의 부모님이 이렇게 갑자기 떠난다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입 밖으로 꺼내놓는 것조차 두려운 죽음이 구체적인 모습을 하고 내 앞에서 머리를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읽다 보니 점차 죽음 앞에 숙연해지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죽음은 남녀노소 모든 생명에게 찾아오는 사건이니까요. 부정하고 집착하고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맞이해야 사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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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떠오르는 이별이 있나요? 새삼 아릿하니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보이시나요? 그렇다면 지금 이 그림책과 함께 두려운 감정에 마주 서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결코 계획대로 예상대로 찾아오지 않을 죽음과 이별에 대한 감정을 다독이다 보면 어느새 삶의 레이스를 더 힘차게 달리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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