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관계의 기본은 배려
안녕하세요~ 느닷 김규미입니다.
우리 글벗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저희 집 장남님은 수능을 잘 봤다고 합니다~ 시험지 인쇄가 잘 돼서 글자가 아주 선명히 잘 보였다고... ㅎㅎ 모든 게 감사한 오늘입니다. 여하튼 화살은 이미 저만치 날아갔으니 결과에 관심 끄고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에 치킨파티를 했습니다. 이래 저래 들뜬 밤이라 오늘은 사랑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랑'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저는 도형 중에 하트가 제일 좋고, 물건에도 사람에게도 사랑의 프레임으로 말을 거는 습관이 있습니다. 참~ 의심 없고 사기당하기 딱 좋다고 나무라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전 그냥 이리 살다 죽을까 합니다~
중식당에 가면 뭘 주문하시나요? 혹시 짜장 좋아하시나요? 전 짬뽕밥을 좋아합니다. 저를 대신해서 짬뽕밥을 주문해 주신다면 무척 감사하겠지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짜장으로 주문을 통일하신다면 전 마음이 조금 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취향에 정답은 없으나 사려 깊은 배려는 견고한 관계를 위한 기본이니까요.
오늘 소개 해 드릴 그림책은 '모모와 토토/ 김슬기/보림/2019'입니다. 모모와 토토의 모습은 우정이랄 수도 있고 사랑이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점이지요. 노랑을 좋아하는 모모는 주황색을 좋아하는 토토에게 끊임없이 노란색을 권합니다. 모모는 토토를 위해서 노란 장난감과 노란 꽃다발과 노란 모자를 골라주고 선물해 줍니다. 주는 모모는 최선을 다 하지만 받는 토토의 안색은 점점 나빠집니다. 결국 토토는 화난 얼굴로 모모를 떠나지만 모모는 영문을 알지 못합니다.
모모는 어쩜 그렇게 토토에게 노란색만 선물했을까요? 모모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 내어주었는데 어째서 토토는 토라졌을까요? 모모가 쥐여주는 노란 모자와 노란 풍선을 보며 토토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어쩌면 토토는 뭔가 기분은 안 좋지만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스스로에 대해 잘 몰랐던 건 아닐까요? 토토가 삐져서 말없이 떠날 것이 아니라 모모에게 자신의 주황색 취향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면 어땠을까요? 혹시 크게 싸웠을까요? 싸우더라도 결과적으로 싸움 후에 이해가 따라오지는 않았을까요? 싸우지 않고 말없이 거리 두기를 한 것은 되려 현명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과연 모모와 토토는 다시 화해할 수 있을지... 결과는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우리는 소중한 사람에게 흔히 모모와 같은 실수를 합니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내가 정답을 알고 있니까, 내 정답이 너에게도 정답일 거라고 확신하니까요.
어제는 전화로 친한 지인분의 한탄을 30분 동안 들었습니다. 아들의 학업태도와 진로가 너무너무너무 걱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리이리 공부해서 저리저리 진학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안전할 텐데 저렇게 마음대로이니 정말 큰일이라는 것입니다. 벽창호 같은 아들이 답답하다 못해 이제 밉기까지 하고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내 목숨만큼 사랑스러운 존재이지만 안타깝게도 엄마의 취향대로 살지 않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와는 다른 인격체이니까요. 엄마의 경험상 정답은 노랑이었겠지만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 정답은 주황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노랑이 정답인 것 같더라도 소용없습니다. 똑똑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직관을 따를 테니까요. 게다가 늘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나의 선택을 한심해하는 관계에 있는 엄마의 말이라면 더더욱.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따를 리가 없지요.
그래도 저 철없고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랑하는 내 아이를 위해 무언가 꼭 도움을 주고 싶다면 딱 한 가지 해 줄 수 있는 게 있긴 합니다. 바로 직접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했으면 하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모습, 아이가 누렸으면 하는 행복한 일상을 사는 모습, 아이가 이뤘으면 하는 성공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 아이가 가졌으면 하는 좋은 습관을 실천하는 모습.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직관하는 행복한 어른의 삶을 아이들은 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화통화의 말미에 지인분은 내일 아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모모같이 굴어서 미안하다고 말입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도 남 말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고백해야겠네요. 저도 사랑의 탈을 쓴 간섭을 멈추기 힘들어, 아들 앞에서 차라리 침묵을 선택해 버리곤 하거든요. 하지만 제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었겠지요?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살길 바라는 삶을 보여줄 수 있는 부모, 제대로 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그저 좀 더 세심히 배려하고 또 배려하는 작은 실천으로 한걸음 나아가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