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쫓아내는 방법

힐드리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 아놀드 로벨 그림 / 시공주니어

by 느닷

전국적으로 눈, 비가 내리면서 본격적인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저는 춥찌리라 겨울을 무척 두려워하는데요, 덕분에 겨울밤엔 집에 꽁꽁 숨어 곰처럼 겨울을 나곤 합니다. 겨울밤의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요. ㅎㅎ 여러분은 밤을 좋아하시는 지요?


오늘 가져온 그림책은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 아널드 로벨 그림 / 첼리 두란 라이언 글 / 시공주니어 / 1999'입니다. 힐드리그 할머니는 늙은 개 한 마리와 단출한 외딴 오두막에 살아요. 특히 밤을 너무너무 싫어합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밤을 쫓아버려야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합니다. 밤만 없다면 해님을 실컷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러분 '밤'을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할머니는 밤하늘에 올라가 가위로 밤을 잘라보기도 하고, 빗자루고 쓸어내 보기도 합니다. 밤을 침대밑에 꽁꽁 숨기기도 하구요, 심지어 침을 뱉기도 합니다. 밤을 몰아내기 위한 할머니의 열정이 대단하지요? 할머니가 밤을 쫓는 기발한 방법들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허를 찌르지만 사실 밤을 쫓아내는 데는 실패하고 맙니다.


밤을 쫓아내다 지친 할머니는 뜨는 해를 등지고 잠에 빠져듭니다. 정작 할머니가 좋아하는 해는 보지 못한 채 말입니다.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난 다음 할머니는 밤에 무얼 할까요? 또 밤과 싸우겠지요? 밤 때문에 낮을 못 만났으니 말입니다. 이 싸움의 무의미함을 할머니는 언제 알아차릴 수 있을 까요? 할머니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이시나요? 할머니는 어떻게 해야 해를 실컷 즐길 수 있을까요? 네. 밤에 잠을 자면 됩니다. 에너지를 낮에 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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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낮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밤과 열정적으로 다투느라 피곤하고 졸려서 낮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낮에 쓸 에너지를 싫어하는 밤에게 다 써버렸거든요. 우리는 늘 하고 싶고, 좋아하고,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지금 이것 때문에, 일단 급한 대로, 어쩔 수 없이. 이런 무용한 남 탓이 모이고 쌓여서 정작 나의 해를 가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은 지금 무엇과 씨름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내게 중요한 것이 맞나요? 곁가지 같은 일들을 과감히 내려놓아 보세요. 제일 중요한 것이 그제서야 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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