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바라가 왔어요 / 알프레도 소데르기트 / 미디어창비
어제 갑자기 옆집에서 듬뿍 나눔 해 주신 싱싱한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백만 년 만에 ‘가지무침’ 요리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식재료라서 좀처럼 사지 않는 가지를 오늘은 모처럼 정성껏 요리했지요. 가지의 흐물거리는 모양 때문에 가지라면 고개를 흔들던 작은아들이 오늘은 웬일로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홀려 맛을 보더니 가지무침 반찬으로 밥을 두 그릇이나 뚝딱 해 치우지 뭐예요~! 모양이 징그럽게 생겨서 맛도 징그럽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16년 만에 자신의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한 아들이 훌쩍 자란 것 같아 무척 기특했습니다.
우리는 낯설고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상상력이 안겨주는 편견을 사실로 믿어버리곤 하지요. 반찬 정도의 편견이야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사람이나 일에 대해, 또는 삶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주는 편협한 시각은 우리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시야를 더 넓은 세상으로 안내해 주는 그림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카피바라가 왔어요 / 알프레도 소데르기트 / 창비 / 2021’입니다.
무려 우루과이라는 먼 나라에서 건너온 그림책입니다. 주인공도 낯설기 그지없습니다. ‘카피바라’라고 하는 검은 털의 동물입니다. 평화로운 양계장에 갑작스레 등장한 크고 낯선 카피바라 무리를 닭들은 무척 경계합니다. 사냥철이 되어 사냥꾼에게 쫓기던 야생 카피바라들은 돌아갈 곳이 없기에 물러설 수 없는 처지였지만, 주인이 쳐 놓은 울타리 안에서 아늑함에 길들여진 닭들이 알바는 아니었지요. 닭들은 먹이도 나누지 않고, 카피바라들이 물 밖으로도 못 나오게 하면서 엄격한 규칙으로 차별합니다.
하지만 병아리와 호기심 많은 아기 카피바라는 어른들의 규칙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관심을 보이고 함께 놀지요. 우연히 어려움에 처한 병아리를 카피바라들은 기꺼이 돕습니다. 이후 양계장의 닭들과 야생 카피바라들은 같이 나눠 먹고, 같이 잠자며 공생합니다. 사냥철이 끝나고 이제 떠날 채비를 하는 카피바라들을 바라보며 울타리 속의 닭들은 생각이 많아집니다. 결국 닭들은 카피바라들을 만나기 전에는 감히 원한 적 없었던 굉장히 도전적인 선택을 합니다. 유쾌한 마지막 반전을 그림책으로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울타리 밖에서 사냥개가 경계서는 곳, 동료가 주인에게 잡혀가는 곳, 자고 일어나면 품던 알이 사라지는 곳이어도 원래 그랬으니까, 익숙하게 하던 대로 통제에 순응하는 양계장 속 삶은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익숙한 일상을 의심하는 일 따위는 잘하지 않으니까요. 대부분 일상이 주는 작은 아늑함에 만족하고 불합리함에 눈 감으며 살고 싶어 하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카피바라와 같이 피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곤 합니다. 여러분은 카피바라와 같이 누군가에게 배척의 대상이 되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닭과 같이 낯선 무엇이 두려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선입견이 던져주는 상상을 덥석 물고 편견에 사로잡혀 살다 보면 새로운 정보와 자극에 눈 감게 되고, 딱딱하게 굳어진 자기만의 세상 속에 갇혀 살기 쉽습니다. 내 세상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냉정한 눈으로 두려움 너머에 있는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와 연대를 위한 너그러운 마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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