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김상근 작가의 '가방 안에 든 게 뭐야?/한림'입니다.
빨간 가방 안에 무언가를 가득 담고 다급히 어딘가로 달려가는 개구리. 그 모습을 본 다람쥐는 개구리의 가방에서 도토리 냄새를 맡은 것 같았습니다. 토끼는 빨간 가방 안에 홍당무가 들어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원숭이는 바나나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곰은 빨간 가방 안에 분명 최고급 연어가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나도 줘~!'를 외치며 개구리를 쫓아 달립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개구리는 다급한 마음에 낭떠러지로 몸을 던지고, 따라오던 동물들은 개구리 뒷다리를 붙들어 보지만 빨간 가방은 낭떠러지 아래로 쏟아져 버립니다. 과연 빨간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요? 누구의 상상이 맞았을까요?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상상하며 숨 가쁘게 따라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가방 안에 든 것을 확인 한 다음에도 마지막 장면까지 깨알 웃음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특히 그림이 정말 웃기고 사랑스럽습니다. 꼭 한번 읽어 보셔요~
사실 가방 안에는 개구리에게 가장 소중한 무엇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람쥐는 왜 도토리 냄새를 맡았다고 쫓아갔을까요? 원숭이는 왜 바나나가 들어있다고 상상하게 되었을까요? 곰은 왜 연어가 들어있다고 확신하게 되었을까요?
사실 미용실 가는 날에는 사람들 헤어스타일만 보이고, 청바지 사러 가는 날에는 온통 청바지 입은 사람들만 보이지요? 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이 내 판단의 근거가 되고, 내 시간을 소비하고, 내 행동과 경험을 결정합니다. 모두 똑같이 빨간 가방을 봤는데 모두 다르게 말합니다. 모두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있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빨간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확신하고 단언할수록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존재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세상. 그러니 저는 오늘에만 충실해야겠습니다. 지나간 것은 다시 확인할 길이 없고 오지 않은 내일은 더욱 알 수 없으니, 그저 오늘의 글 한 줄 정도가 내가 남길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알아차리는 오늘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