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너머 / 마리아 쿨레메토바 / 북극곰 / 2019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으셨나요? 혹은 산타가 되어 취향저격 선물을 건네셨나요? 선물이 마음에 들려면 받는 상대방을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데 이 점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모를 수도 있는 남의 마음. 아니 사실은 나의 마음조차 그렇지요.
오늘의 그림책은 마리아 굴레메토바 작가의 '울타리 너머 / 북극곰'입니다. '소소'는 도련님 '안다'의 애완돼지 입니다. 안다는 소소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말합니다. 어떤 놀이를 하며 놀아야 하는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다 안다고 말합니다. 늘 듣기만 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소소의 시선에서 힘의 불균형이 느껴집니다. 안다는 사촌동생이 놀러 오자 소소는 안중에 없다는 듯 내팽개치고 맙니다.
그 틈에 잠시 밖으로 나간 소소는 울타리 너머에서 온 야생 멧돼지 산들이를 만납니다. 산들이는 옷이라는 것을 입고 화려한 집에 갇혀서 두 발로 걷는 돼지 소소가 신기하고, 소소는 마음껏 들판을 누비지만 덫에 걸리는 위험도 함께 안고 사는 산들이가 신기합니다. 산들이를 만나고 돌아와 말없이 생각에 잠긴 소소의 옆모습에는 요동치는 감정이 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불만을 표현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선물이란 주는 대로 받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러고 보면 쓸데없이 꽃다발에 돈 썼다고 나무라던 저희 엄마는 참 주관이 뚜렷하고 용감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나 내게 다가오는 인연을 만났고, 내게 주어진 일을 했고, 내게 허락된 만큼만 욕망하는 수동적인 삶을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 시절의 불행은 나의 부족한 용기에서부터 싹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이제 소소는 안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기가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일방적인 안다와 달리 소소의 사정을 배려해 주고 소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산들이의 태도는 대조적입니다. 소소는 이제 산들이와 대화할 때 네발로 서 있습니다. 소소는 창을 통해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다 결국 광대 같은 옷을 벗습니다. 그리고 넓은 들판을 향해 산들이와 네 발로 달려갑니다.
소소가 보이지 않자 안다는 이렇게 소리칩니다.
도대체 이 멍청이는 어디로 간 거야?
둘의 관계를 여실히 드러내 주는 대목이지요. 일방적인 호의는 이기적인 사랑일 뿐입니다. 소소가 이 끔찍한 소리를 듣지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궐같이 안락한 환경을 등지고 달려가는 소소. 덫에 걸리거나, 굶주릴 위험이 있을 수도 있는 곳을 향해 제 발로 달려가는 소소. 소소의 선택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선택한 소소의 뒷모습에 가슴이 웅장해지는 건 그것이 옳은 선택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궁금증이 고개를 들기도 합니다. 과연 소소는 울타리 밖에서 더 행복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누구와 있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끼시나요?
지금 여러분은 울타리의 어느 쪽에 서 계신가요? 혹시 산들이와 같이 상념에 시동을 거는 야생 멧돼지를 만나게 된다면 꼭 깊이 고민해 보시기를 응원드립니다~!
* 그림책 속 질문입니다. 함께 대답해 보실까요~
- 소소는 왜 안다가 시키는 대로만 살게 되었을까?
- 안다는 어떻게 소소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을까?
- 산들이 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소소는 울타리 너머를 꿈꾸지 못했을까?
- 소소가 울타리 밖으로 나가기를 망설인 이유는 무엇일까?
- 소소가 떠난 뒤 안다는 어떻게 변했을까?
- 소소가 울타리 밖으로 나간 것은 옳은 선택일까?
- 소소는 울타리 밖에서 더 행복할 수 있을까?
- 산들이는 소소와 함께 들판으로 달려 나갈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더 이상 고민이 없을까?
- 진짜 우정이란 무엇일까?
- 소소와 같이 울타리를 넘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 나는 자유로운 사람인가?
- 나는 누구와 있을 때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