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은 뱃살을 부르고 운동은 글쓰기를 부른다

by 느닷

한 달하고도 보름정도. 꾸준히 하던 수영과 헬스를 쉬었다. 원고 탈고 후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다. 대단한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첫 책 출간을 앞두고 마음이 너무 바쁜 탓이라고 생각하며 미루고 미루다 문득 늘어진 옆구리를 봤다. 어라? 복근이 없어졌네?! 놀라는 마음과 달리, 무거운 엉덩이는 저녁식사가 끝난 식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손은 부지런히 간식을 입에 넣고 있었다. 간식이란 것은 부른 배와 상관없이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먹는 음식인 것 같다. 세상엔 맛있는 게 정말 너무너무 많아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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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운동습관을 장착하기 위해 2주 정도 워밍업 기간을 거쳐 일상 루틴에 운동이 스며들게 했다. 2,3일에 한 번씩, 하루에 30분씩만. 수면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스케줄로 컨디션에 무리가 되지 않을 만큼 운동량을 조금씩 늘렸다. 아직 예전만큼의 운동량을 소화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매일 새벽 수영하는 습관은 얼추 찾았다. 다음 달엔 복근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다시 운동을 하니 다시 글을 쓰게 된다. 매일 운동 후에 글을 한 편씩 쓰던 습관이 이렇게 운동을 다시 시작하니 자연스레 글을 다시 쓰고 싶게 만든다. 습관이란 게 참 무서운 것이다. 헬스장에 들어서자마자 한 잡지사의 연락을 받았다. '미래도서관'에 대한 특집기사 인터뷰의 한 꼭지를 부탁한다는 청탁이었다.


400자 내외라니... 주제와 무관하게 짧은 글은 어렵다. 몇 마디 말속에 핵심을 다 담아야 하기에 거르고 거른 생각의 정수만을 남겨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시인은 정말 위대한 직업이다! 게다가 '미래 도서관'이라니... 마침 오늘 낮에도 지인과 대화 중에 미래도서관에 관한 질문이 언급되었지만 내심 알 수 없는 미래까지 궁리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차라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싶었다. 심지어 그 잡지사는 내가 원고를 처음 투고했다가 시원하게 까인 출판사의 잡지였다.


머릿속이 버퍼링 중일 때 마침 통화음질이 나빠져서 전화가 끊었졌고 나는 헬스장 자전거를 신나게 밟았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전화가 왔을 때 나는 단박에 의뢰를 수락했다. 운동을 하는 나는 언제나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고, 내게 글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니 마다 할 이유가 아무리 많아도 마다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딱 10분 자전거를 타는 동안 낮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미래의 도서관이 머릿속에서 춤을 췄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휴대폰 메모장에 휘리릭 기억을 출력했다. 헬스장을 나설 때 이미 초고가 완성되어 버렸다. 이제 며칠 묵혀 두었다가 수정만 하면 된다. 나는 수영장과 헬스장만 있으면 평생 글쟁이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꾸준함에 관성이 붙으면 그 결과는 상당하다. 그것이 좋은 것이 든 나쁜 것이든 눈덩이처럼 커진다. 꾸준한 식탐은 복근을 빼앗아 가고, 꾸준한 운동은 내게 글감을 준다. 보통 직장인의 여가시간은 잘해야 저녁 2,3시간 정도다. 당신이 여가시간에 꾸준히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년의 당신 모습은 꾸준한 그것의 결과를 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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