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랬어요

ㅣ 비겁한구경꾼 / 조성자 / 잇츠북어린이 / 2021

by 느닷

"선생님 이제 제 이름 기억하지요?"

오늘로 도서관에 3번이나 왔으니 사서 선생님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1학년 아이가 있었다. 아직까지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자기만의 우물에서 찰방거리는 녀석들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보통의 경우는 주변을 살피며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상황을 조금씩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을 배워가며 진급한다. 하지만 가끔 학년이 올라가도 고집스레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이해하고 싶은 방식으로만 이해하는 학생들이 있다. 대개는 이런 아이들이 자신의 결핍을 등에 업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한다.



'비겁한 구경꾼'속 서희가 그렇다. 인기 좋고 잘 나가는 반장 모네의 단짝친구이자 유일한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에 거짓뉴스를 만들고, 부풀리고, 진실을 가리는 언행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으로 같은 반 친구 보미와 명철이가 상처받고 아파하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아니 되려 미움을 키워간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건 지켜보는 친구들의 반응이다. 아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거짓정보에 쉽게 동의할 뿐만 아니라 확대 재생산하며 잔인한 놀림을 즐긴다. 방임을 넘어선 2차 가해이다. 독자는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 양쪽을 바라보며 갈등하는 모네의 시선을 빌려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비겁한 구경꾼' 이야기 속의 모네, 보미, 서희, 명철, 해철이는 실제 초등학교 교실에 흔히 존재하는 아이들이지만 정작 본인들은 잘 눈치채지 못하거나 알고싶어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저 '그냥 그랬어요'라며 무심히 대답하기 일쑤다. 진심으로 자신이 왜 방관을 했던 것인지, 왜 가해를 했던 것인지 지금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 자신들의 교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게 될 것이다. 다행히 작품 속에서는 서희를 막아서는 용감한 순신이와 담임 선생님의 재치를 통해 갈등이 봉합된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주인공인 드라마 '더글로리'가 최근 인기몰이중이다. 첫화부터 자극적인 영상으로 가득한 이 드라마는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학생들과 감상하기엔 무리일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한번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더글로리'를 함께 볼 수 없다면 '비겁한 구경꾼'을 함께 감상하시길. 모든 교실에 용감한 순신이와 당당한 보미가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말 안듣는' 부모님